아내와 사별하고 2남중 맞벌이를 하는 큰아들 내외와 함께 사는 80대입니다. 파출부가 집안 일을 하지만 손녀 두 명의 학원 챙겨보내기 등 아이들 수발이 힘들고, 성격이 괄괄하고 반항적인 며느리와도 사이가 원만치 않습니다. 요즘은 아들도 며느리 편만 들어 독립할 생각입니다. 집이 내 이름으로 되어있어 팔아서 3분의 2는 아들을 주고 나머지로 거처를 마련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생활비가 문제입니다. 만일 자식들이 생활비를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요?/서울 연신내 김씨
삼대가 오순도순 일평생을 살아가실 꿈을 가지셨다가 자식내외의 변모와 저항에 당하여 분노해 뒤늦은 독립을 생각하시는 것습니다. 한편 미덥지 못한 자식들에게 피해의식을 느끼시는 모습이시군요. 오죽 속이 상하시겠어요. 선생께서도 젊어서는 이렇게 오래 사실 줄 모르셨을 터이지요. 비슷한 처지 분들이 한 둘이 아닐 터이고, 앞으로도 계속 나올 문제라서 노인, 가족,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우선 고정하시고, 행동에 앞서 자식입장도 한번 짚어 보시지요.
요새 며느리들은 여간해서 시부모, 특히 홀시아버지를 모시려들지 않습니다. 며느리 입장에서 볼 때 노인들은 잔소리가 많은데다 좁은 공간에서 부딪치니 말 못할 고통이 있지요. 벗지도 못하고, 부부생활도 조심해야 되고, 노인냄새까지 진동하니 웬만하면 일하러 나가있는 편이 속 편합니다.
그러나 직장생활하면 아이들 교육에 손을 놓아야 하니 그도 괴롭지요. 특히 아들이 없는 며느리는 대개 자격지심이 있는데다 앞으로 자기는 늙어도 시아버님처럼 당당히 의지하고 살 아들이 없으니 희생만 당하는 지금의 자기 처지가 억울하겠지요. 시아버지만 아니라면 파출부도 쓰지 않았을 터이고요. 또 홀시아버지를 모신 집은 파출부도 꺼려 해 돈을 후하게 주어야 합니다.
단독결단 후 두 자식에게 통고하시기 보다 이들과 함께 의논하는 형식을 취하십시오. 고충은 툭 터놓고 말씀해주시되 감정의 강도만은 좀 낮추십시오. 분가는 하시되, 혼자 딴 살림은 마십시오. 못 감당하십니다. 집은 그대로 큰아들에게 살라고 맡기시되 명의변경은 뒤로 미루시고, 선생께서는 실버시설에 들어가 독방에서 기숙하시는 것이 낫습니다. 보증금과 생활비는 큰아들에게, 용돈은 작은 아들에게 부담시키신다면 아마 기꺼이 할 것입니다. 그래야 장차 심신이 쇠약하실 때 다시 큰아들에게 돌아오실 수가 있지요.
/서울의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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