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국정운영의 전반적 기조가 '안정'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릴 것임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기필코 잡겠다"면서 서민 경제생활에서의 안정을 한층 강조함과 동시에 4강 외교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공고히 하겠다고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노 대통령은 경제 안정을 최우선시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노 대통령이 안정 기조를 앞세운 데에는 새 정부 초기의 일부 혼선과 시행착오를 인정하는 것과는 별도로, 국정 시스템이 앞으로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기대와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회견문 곳곳에서 "이러한 변화의 길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이 변화들은 지극히 상식적인 민주주의의 원리를 추구하는 과정", "진정한 민주주의의 원칙을 정착시키는 데에는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 이러한 기대와 의지의 표현이다. 다만 이러한 기대와 의지가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기에는 아직 변수가 많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자신의 국정운영 스타일과 관련해서 시행착오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러한 인식이 국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노 대통령은 "'모두 잘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고 말하면서 시행착오를 이른 시일 내에 개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는 사회갈등 해소 방안, 경제정책 기조, 국정 시스템 재정비, 외교노선의 안정화 등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노 대통령은 국민 참여, 토론과 합의, 언론과의 합리적 관계 설정 등을 중시하는 참여정부의 새 시스템은 일관되게 밀고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또 "개각은 없다"고 말함으로써 각료들에게도 일정기간 더 기회를 주겠다고 확실하게 밝혔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청와대 보좌진 직제나 운영, 인적인 구성 문제 등에 있어서는 현재 비서실장 중심으로 재점검이 이뤄지고 있고 향후 인사조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예고했다.
이날 회견에서 나타난 또 다른 특징은, 노 대통령이 중립적 태도와 중용적 자세를 견지함으로써 국정운영의 중심을 잡아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은 '법과 질서'를 강조하면서도 '대화와 타협'의 원칙에 대해서도 동일한 비중을 싣는 어법을 구사했다. 노 대통령은 또 경제적 성장 전략의 필요성을 얘기하면서도 단기적인 성장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거칠고 자극적인 표현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또 동시에 "탈권위 문화는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반드시 추진해보고 싶은 방향"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도 앞으로 노 대통령이 가야 할, 어려운 중용의 길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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