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일 열리는 중동평화 연쇄 정상회담이 중동 분쟁 해결의 물꼬를 틀 것이란 희망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적극적인 의지,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전향적인 태도 등 평화 협상 진전을 위한 분위기가 충분히 조성됐기 때문.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3일 이집트의 휴양 도시 샤름 엘 셰이크에서 아랍국 지도자들과 회담을 갖는데 이어 4일 요르단 아카바에서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를 만나 단계적인 팔레스타인 독립국 창설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중동평화안에 대한 이―팔 양측의 이행 약속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3국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이기는 2000년 10월 이후 32개월 만이어서 회담 성사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우선 친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아랍권의 반발에도 중동 유혈사태를 등한시했던 부시 대통령이 모처럼 진지하게 이번 회담에 임하고 있다는 점이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으로 이스라엘의 최대 위협이었던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제거, 이스라엘을 향해 미국의 중동정책에 긴밀히 협력할 것을 요구할 명분을 확보했다. 이스라엘에서도 미국과 실용적으로 타협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부상하는 상황. 미국으로서는 이라크 전쟁 강행 과정에서 거세진 아랍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역내 평화 정착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부시 대통령이 중동 민주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아랍권 달래기에 나선 가운데 아랍권이 전쟁 이후 자세를 낮추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는 1일 샤론 총리가 이번 회담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내의 불법적인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철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도 2일 "미국이 이―팔 양측과의 물밑 접촉을 통해 보다 분명하고 자세한 평화안 이행 약속을 이끌어내고 있다"며 긍정적인 회담 결과를 전망했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더라도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압바스 내각에 얼마나 호응을 해줄지가 과제로 남는다. 샤론 총리도 국내 강경파의 내부 반발을 무마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어 많은 부분을 양보하기는 곤란하다. AFP통신은 2일 이스라엘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 "이―팔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함에 따라 공동성명 대신 개별 성명이 발표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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