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법관들이 재판 절차 없이 서류 검토만으로 결정하는 경매, 재산조회 등 단순 비소송(非訴訟) 사건을 일반 법원 직원에게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대법원은 2일 "판사들의 업무 중 경미하거나 공증적 성격을 지닌 사법업무를 법원 일반직원에게 위임하는 '사법보좌관제도'를 도입키로 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사법보좌관법 제정안을 지난 달 26일 확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1999년 법무부에 제출했던 법안에서 2001년 개정된 민사소송법과 민사집행법을 반영, 수정 법안을 제출하려는 것"이라며 "사법보좌관의 비소송 사건 처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바로 재판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사법보좌관은 5급 공무원 출신 5년 이상 경력, 7급 공무원 출신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법원 직원 중 대법원의 선발위원회를 거쳐 선발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변호사 업계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법안 추진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사법보좌관 법안은 '법관에 의한 재판'을 기본권으로 규정한 헌법에 위배되며, 사법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변협은 99년 대법원이 사법보좌관제 초안을 제출할 당시에도 법무부에 반대 의견서를 내는 등 대법원과 갈등을 빚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사법보좌관 제도는 근본적으로 국민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 법관 편의를 위한 제도"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측은 "독일도 사법보좌관 제도와 같은 취지의 법안을 시행했으나 현재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직원 사기를 높이고 법관의 업무 부담을 줄여 궁극적으로 재판 서비스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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