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남편의 구타 사건으로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된 이경실씨가 방송에 다시 나와 전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역시 프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그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SBS '진실게임'(금요일 오후 7시)이다.지난달 30일 방송은 밤무대 스타들 가운데 가짜 1명을 찾아내는 내용이었다. 밤무대에서 인기 있는 사람을 부른 만큼 볼거리가 많았다. 하지만 '최고의 여성 MC'라는 찬사를 받는 이경실씨의 자리가 너무나 컸기 때문일까. 볼수록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초대 받은 밤무대 스타들이 아닌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출연진을 소개할 때 차력시범을 보여줄 출연자가 마이크를 잡고 어색해 하자 이경실씨가 곧바로 "괜찮아, 괜찮아"라고 반말로 얘기하는 모습부터 눈에 거슬렸다. 물론 그 출연자가 이씨보다 7살 가량 나이가 어리긴 했지만, 엄연한 성인이고 공적인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씨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그 출연자에게 계속해서 "지가 웃겨서 말을 못한다"든가, "목에 칼을 대고도 실실 웃겠다"고 면박을 주었다. 방송이 아니었다면, 웃음을 머금고 있던 그 청년은 "아줌마, 언제 봤다고 반말입니까" 하고 되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어 밤무대 일을 하며 힘들었던 점을 묻는 순서였다. 그나마 인간적인 면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한 여가수가 직업 때문에 남편과 갈등을 겪다가 극복한 일을 얘기하자 이경실씨는 대뜸 수입을 들먹이면서 "애 아빠가 그 맛(돈 맛)을 알았다"며 폭소를 터뜨렸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남의 아픔쯤은 얼마든지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다는 식의 태도는 당장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는 데 도움이 될지 몰라도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이 여가수가 노래를 부르자 이경실씨의 부담스러운 행동은 극에 달했다. 여가수가 노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본을 보거나 생각에 잠겨있던 패널들이 환호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화면에 담겼다. 이경실씨가 여가수의 뒤에서 노래에 맞춰 허리를 돌리며 춤을 추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밤무대 가수라 해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만큼은 그 여가수가 주인공이다. 그런데 진행자가 나서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모습은 지나친 느낌이었다.
비단 이경실씨만이 아니다. 요즘 이 프로, 저 프로에 중복 출연하는 소위 '잘 나가는' MC들을 보면 초대 손님들을 무시하거나 면박 주는 걸 무슨 특권처럼 여기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그렇게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장악하는 것이 MC로서의 대단한 능력쯤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거북스러운 '원맨쇼'로 비친다.
"MC는 프로그램의 얼굴입니다. 자기 관리를 위해 긴장을 풀지 않는 게 MC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인터뷰에서 이경실씨가 했던 말이다.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체중관리에 힘쓴다는 그가 초대 손님을 배려하고 그들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진행자의 진정한 역할임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최수완 인터넷 소설가 swany.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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