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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편집위원의 여자는 왜?]<4> 성욕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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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편집위원의 여자는 왜?]<4> 성욕의 변화

입력
2003.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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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고 적극적으로 변한 여자성생활은 이제 삶의 질을 이야기할 때 여자에게도 민감한 지표이다. 여자들은 행복한 결혼을 유지하려면 훌륭한 성생활이 중요한 조건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혹시 남편의 성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요즘 여자들은 남편과 자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진료예약도 대신하고, 남편을 이끌고 비뇨기과 의사를 찾기도 한다. 이윤수 비뇨기과 병원 원장은 "의사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남편의 능력에 토론을 벌이는 여자를 볼 때면 의사로서도 민망할 정도"라고 말한다. 역시 비뇨기과 의사인 정정만 박사는 " '이 사람은 남자도 아니에요. 고쳐 주세요' 라고 당당하게 밝히는 30대 초반 여자 앞에 너무나 기죽어 있는 남편을 볼 때면 안타깝다"고 말한다. 한때 성감을 높이기 위해 유행했던 여자의 질을 좁히는 수술은 이제 드물다. 대신 남자들의 성기 확장 수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여자 스스로 자신이 오르가슴 장애라며 병원을 찾기도 한다.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태영 교수는 "100여년 전에는 여자에게 극치감이 없다는 것이 병으로서 진단은커녕, 관심의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면서 "사회문화적 통념이 바뀌면서 현재 극치감 장애가 여자 성기능장애 중 두 번째로 흔하게 보고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기능장애를 '각 개인이 원하는 만큼 성적인 관계에 참여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경우'라고 정의하고 있다.

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인 조두영박사는 "홍수같이 쏟아지는 섹스 정보는 남녀 모두에게 포르노물 흉내를 내도록 만들고 있다. 신혼기 요조숙녀로 보였던 아내가 하도 놀라운 섹스표현을 해 새 신랑을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상담결과 신부는 잡지에서 읽고, 모두 다 그렇게 하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 전한다.

남자와 다른 성 반응 사이클

여자의 성 반응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다. 정정만 박사는 "남자는 직선적 공격적 충동적인 반면, 여자는 완만하고 정제돼 있으며 곡선적"이라고 말한다. 남자는 흥분하면 즉각적으로 반응하지만, 여자는 사회심리적, 정신적 요인에 강하게 좌우된다. 여자의 성 반응은 성욕 발생―흥분기―고조기―극치기―해소기의 단계를 거치는 데, 약 11분의 시간차를 두고 남자보다 뒤늦게 반응한다. 또 여자들은 육체적 관계 못지 않게 감정적 나눔을 원한다. 그들은 사랑 낭만 열정 애무 등에 더 관심이 많다.

섹스의 피크를 이루는 시기도 남녀가 다르다. 이윤수 원장은 "남자는 20세 초반을 피크로 서서히 하강하나 여자는 30대와 40대 초반에 절정을 보인다"고 말한다. 이러한 엇박자 사이클은 연상연하 커플의 유행 배경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여자들 간에 개인차도 크다. 포르노 영화에 흥분 반응을 보이는 여자가 있는가 하면 혐오감부터 드러내는 여자도 많다. 임신 출산 폐경 등 여자만이 겪는 건강 문제는 여자들의 성욕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다.

여자의 성기능 장애에 대한 연구는 아직 베일에 싸여있는 실정이다. 남자의 성기능 장애는 과거 90%가 정신과적 문제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들어서 60%가 신체적, 40%가 정신과적 문제라고 보고 있다. 20여 년의 연구 끝에 남자의 발기부전은 이제 완치할 수 있는 병으로 분류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복잡한 여자의 성과 성기능장애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여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여자는 나이에 따라 원하는 것이 다르다. 20대 여자에게 남편은 성적 호기심과 흥분을 해소하는 애인이자 친구 같은 존재이다. 여자는 파트너로부터 우정과 사랑을 동시에 얻고 싶어한다.

30∼40대는 여자가 원숙해지는 시기이다. 조두영 박사는 "가족과 일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면서 '남자'들만 괜찮다면, 여자들이 가장 왕성해지는 시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시기 많은 남자들은 성기능장애를 호소하기 시작한다.

4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여자들은 감정적 신체적으로 변화를 겪는다. 폐경은 성생활에서 하나의 분기점이다. 에스트로겐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되면서, 대다수 여자들은 성기능의 변화를 경험한다. 질 주위의 혈액 순환이 나빠지면서 성적 흥분에 도달하는데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오르가슴 장애를 겪을 수도 있다. 질 벽이 얇아지면서 성교 통증을 호소하거나 질 경련을 일으킬 수도 있다. 피부가 예민해지면서 남편과 살 닿는 것 자체에 불쾌함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도 있다.

남자의 성기능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테스토스테론은 실은 여자의 성욕 발생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난소에서 만들어지는 테스토스테론의 분비 감소는 갱년기 여자들에게 성교에 대한 무관심, 즉 리비도(본능적 욕망)의 감소를 가져온다. 최근 여성 성기능 장애 치료법으로 에스트로겐 및 테스토스테론 등 성호르몬 보충 요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관절염이나 요실금 같은 질환도 성기능 장애나 성행위를 회피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병 말초혈관질환 등 성인병도 혈류 장애를 일으켜 성 의욕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섹스가 즐겁지 않은 여자들

폐경만이 여자의 성기능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여자의 대부분 성문제는 스트레스, 불안정한 대인관계 등 심리적 환경적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알려져 있다.

1999년 미국 내과 학회지(JAMA) 발표에 따르면 18∼59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기능 장애 유병율을 남자는 31%, 여자는 43%라고 했다. 전체 여성의 약 30∼50%는 성기능 장애를 경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자의 3분의 1은 성교에 대해 무관심하고 약 4분의 1은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20%가 질 건조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보고했으며, 섹스가 즐겁지 않다고 응답한 여성도 20%에 달한다. 만족스럽지 않은 개인적 경험이나 대인관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임신이나 출산 육아도 여자의 성 반응에 큰 영향을 미친다. 출산 후 절반 이 넘는 여자들이 성관계에 문제를 느낀다고 응답했고 14%만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자궁 절제나 유방암 수술을 받은 경우 성적욕구나 만족감이 감소한다는 발표도 있다.

건강한 성생활을 하려면?

의사들은 성생활이 행복한 부부를 결정짓는 모든 것은 아니라는 인식부터 하라고 강조한다. 성생활은 화끈해도 행복하지 않는 부부도 있고 최소한의 성생활만 나누어도 행복한 부부도 많다.

서울대병원 백재승 비뇨기과 교수는 "성생활이 성기 접촉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성생활을 친밀감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손을 잡고 잔다거나 잦은 포옹 등으로 서로의 사랑을 나누라"고 권한다. 여자들은 감정적인 친밀감을 실제로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백 교수는 "특히 폐경은 생식능력이 사라졌다는 의미이지 성능력까지 없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남편을 강제로 성생활에서 은퇴시키지 말라"고 조언했다. 설사 남편을 거부하는 여자들이 있다고 해도, 남편은 이를 개인적 문제라기보다 호르몬 변화로 인한 여자들의 일반적 건강문제로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배려하는 것이 좋다. 스킨십은 성관계 못지 않게 친밀한 사랑을 나누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정정만 박사는 "힘이 넘치고 안정되고 좋은 느낌으로 나누는 성생활을 하려면 파트너와 주문형, 대화형 섹스"를 하라고 권한다. 성관계를 통해 좋았던 점을 이야기하고 상대방을 칭찬하라는 것이다. 상대방의 능력에 대해 비난하고, 비평하는 일은 성적 능력을 점점 더 떨어뜨릴 뿐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접촉 없는 남녀는 공허하다.

/송영주 편집위원 yjsong @hk.co.kr

■ 섹스없는 부부를 위하여

성상담 전문의들은 우리나라에 의외로 각방 쓰는 중년 부부가 상당히 많다고 전한다. 남자들이 성적 능력이 떨어지면서 ' 능력도 없는데 서로 귀찮지 않느냐, 살 닿는 것조차 싫다'라며 스스로 아내의 곁을 떠난다는 것이다.

섹스리스 커플도 의외로 많다. 3개월이상 한번도 성관계를 갖지 않는 부부들이다.

이외에도 아내에게 더 이상 흥분을 느끼지 않는다며 노골적으로 외도를 하는 남자들도 많다. 자신을 시드는 꽃이라고 너무 쉽게 이런 남편의 행동을 받아들이는 여자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 모든 현상이 '무데뽀' 한국 남자들의 특징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버림받은 아내의 칼 맞은 기분을 상상해 보았는가. 이런 남편을 둔 아내의 나머지 인생은 지옥이다.

미국 인디애나대 킨제이 연구소에서 20∼65세 여자를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서 많은 여자들은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보다 파트너에게 성적 만족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배우자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는 노력은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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