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룡(金德龍) 의원은 한나라당 당권주자중 개혁성이 상대적으로 뚜렷한 인물로 통한다. 당의 정체성을 보수라고 할 때 그의 성향은 중도쪽에 가깝다. YS정부 시절 여당 사무총장과 정무장관을 역임하며 정권실세로 자리매김했던 그이지만, 민정계 보수파와는 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왔다. '변화와 개혁'을 앞세워 '중도와 개혁세력의 통합'을 득표전략으로 삼고 있는 것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그는 "내년 17대 총선은 어느 당이 개혁에 더 앞장섰는가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부자를 편드는 듯한 당의 수구적 이미지를 타파해야 하며, 그래야 '노무현 신당'과도 맞설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 의원은 '원칙과 신의'를 중시한다. 당장은 손해를 보고, 정치적 실익이 별로 없더라도 명분을 우선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다. 1997년 15대 대선 당시 아들 병역문제로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급락, 당내에서 후보교체론이 비등했을 때 "경선을 통해 선출한 후보를 바꿀 수는 없다"며 반대한, 유일한 경선후보였다. 대선 후 한나라당 총재로 복귀한 이 전 총재가 세풍(稅風) 총풍(銃風) 등으로 위기를 맞았을 때도 평소 가깝지는 않았었지만 이 전 총재 중심의 야당 단합을 역설했다.
민주계 세력에 대한 주도권 다툼의 측면도 부인할 수 없으나, 김 의원이 "말 바꾸기를 한 부도덕한 사람이 대표가 되면 당이 큰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며 서청원(徐淸源) 의원의 경선 불출마 번복을 앞장서 비난하고 있는 것은 그의 이런 성향과 무관치 않다.
김 의원은 2000년 16대 총선 때 이 전 총재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급격한 세 위축, 상대 진영의 '호남대표 불가론' 공세 등 결코 유리하지 않은 환경에서 득표전에 돌입했다. 오랜 비주류 생활로 인한 일부 의원의 거부감,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 때문에 '큰 정치'에 약하다는 평가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그는 "이 전 총재의 독무대나 다름없던 98년과 2001년 두 번의 총재경선에서 2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한 저력을 무시하지 말라"며 "당 개혁과 내년 총선승리,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김덕룡이 대표가 돼야 한다'는 저변의 인식이 확산돼 승기를 잡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호남대표' 논란에 대해서도 "내가 호남에서 태어난 것은 한계가 아니라 오히려 기회"라며 "대표가 되면 당의 외연을 (호남까지) 확대, 총선 등 전국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와 이회창, 조순씨가 97년 이 당을 만들었는데 두 사람이 정계를 떠났으니 이제 내가 한번 맡아서 가는 것도 순리가 아니냐"는 김 의원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사진=홍인기기자
■ 지지세력은
김덕룡 의원측은 고향인 전북 등 호남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소장·개혁파와 민주계 출신 인사들의 지지로 약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측에 따르면 서울에서 좌장격인 박명환 강인섭 의원과 개혁파의 중진인 이부영 의원을 필두로, 초·재선인 이우재 박원홍 이성헌 김영춘 권영세 오경훈 의원 등이 김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
여기에 원외 위원장을 합치면 45개 지구당중 25명 안팎이 'DR계'라는 전언이다. 또 경기에는 이규택 총무를 간판으로 해 이재창 조정무 정병국 안상수 김부겸 의원이, 인천은 이경재 서상섭 안영근 민봉기 의원 등이 각각 포함돼 있다.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의 승리를 확보하려면 일관되게 개혁노선을 걸어온 김 의원을 간판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게 김 의원측 주장이다.
이와 함께 부산의 박종웅 정의화 정문화 안경률, 대구의 윤영탁 현승일, 울산 정갑윤, 경북의 박헌기 신영국 김찬우 권오을, 경남의 이강두 김동욱 김정부 의원 등 영남과 충청권에서도 시도별로 5명 이상의 지지그룹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재훈 언론특보는 "당내 개혁파를 결집하고 이회창 전 총재쪽으로 흩어졌던 민주계와 DR계의 복원에 성공할 경우 100명 가까운 지구당위원장을 확보하게 돼 승산이 충분하다"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김 의원은 "누가 누구를 지지한다는 식의 '줄 세우기'에 대한 보도는 가급적 피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대신 "민주화운동의 동지와 수도권의 소장파에다, 당 개혁 노선에 공감하는 사람들, 양식 있는 영남권의 동지들이 나날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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