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도쿄(東京) 본사 특파원사무실로 한 일본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야마시타라고 이름을 밝힌 그는 "역사의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모르는 사람이 총리가 되겠다니 일본 정치인의 수준이 한심하다"고 탄식했다.지난달 31일 도쿄대 강연에서 "창씨개명(創氏改名)은 조선인들이 일본 성씨를 달라고 해서 시작됐다"는 망언을 한 집권 자민당의 아소 타로(麻生太郞) 정조회장을 두고 하는 얘기다. 패전 후 일본 초대 총리였던 요시다 시게루(吉田茂)가 외조부인 아소 정조회장은 7선 의원이고 21세기 뉴리더를 자처하며 차기 총리를 노린다고 한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 발언을 보도하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창씨개명'이란 용어해설을 붙였다. "내선일체(內鮮一體)를 슬로건으로 일본어나 신사참배의 강제 등 식민지인을 일본인에 동화시키는 황민화 정책의 일환."
2001∼2002년 한일관계를 악화시켰던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교과서조차 "일본어교육 등 동화정책이 진행돼 조선 사람들은 일본에의 반감이 커졌다"고 기술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을 1주일 앞둔 시점에 그의 발언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한일간 외교적으로 중대사가 있으면 꼭 일본 정치인들의 이런 발언이 나온다. 국수주의적 감정으로 흐르기 쉬운 대중으로부터 "할 말을 하는 소신 정치인"이라는 점수를 딸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국 언론이나 정부도 이 같은 사정을 알기 때문에 가능한 한 보도와 대응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가 커지면 커질수록 '불 난 집에서 밤 구워 먹는 심보'는 더욱 신이 날 것이다. 그런데 한국쪽의 이런 자제를 두고 일본쪽에서는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성숙해졌다"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신윤석 도쿄특파원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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