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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보내는 편지/아픔잊고 이젠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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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보내는 편지/아픔잊고 이젠 편히 쉬세요

입력
2003.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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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형부께.형부 세 분 중 제일 맏이인 형부가 52세로 세상을 떠나신 지도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생전에 공직 생활에 정열을 쏟고 사셨던 형부는 술도 좋아하지 않으셨는데 밀려드는 일로 늘 피곤해 하셨죠.

하지만 자신보다 일을 먼저 생각하셨던 형부인지라 미처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열심히 일만 하셨잖아요.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아 갔을 때는 이미 간이 굳어 있었고 복수까지 차서 배가 만삭처럼 부풀어 오른 뒤였죠. 더 이상 손을 써볼 도리가 없다는 의사의 말에 모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답니다.

형부는 병원에 입원한 지 불과 보름 만에 우리 곁을 떠나셨어요. 병원에 있는 짧은 시간동안 형부는 환자치고는 너무 착한 환자셨어요.

간이 굳어져 가고 말문이 막혀 가면서도 "김양, 수고했어. 진양도 고마웠고" 하면서 간호사들에게 항상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하셨죠.

수염이 자라 텁수룩한 모습에 뼈만 앙상해 초췌해진 형부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제게도 "왜 우냐?"면서 그럴수록 강하게 살라고 하셨어요. 그런 형부를 보며 전 '얼마나 아프실까'라고 생각하면서도 울 수는 없었어요.

마지막 순간까지도 형부는 3남 1녀인 아이들과 혼자 남을 언니 손을 잡고 "미안하네. 수고가 많았네" 하시며 미소를 머금고 "이제 아프지 않다. 다 나았다. 집으로 가니 편안하다"고 하셨죠.

가족의 상처를 덜어주시려고 극한 고통도 웃음으로 꿋꿋하게 받아 넘기신 형부. 세상을 떠나며 하는 유언이라는 것이 그저 "미안하다. 수고 많았다"뿐이었으니….

아파도 아프다는 내색 없이 혼자서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참아온 형부. 사람들이 형부가 떠나신 뒤 뭐라고 한지 아세요.

죽음이 가까이 와도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기 보다 "얼마나 고통스러운데 어떻게 아프다는 내색 한번 하지 않더라"라고 했어요. 형부 그때 정말 많이 아프셨죠?

형부! 너무 좋은 계절이예요. 5주기를 맞으며 우리 곁을 떠난 형부에게 이 말씀만은 꼭 드리고 싶어요. "그래도 맡은 일 충실히 하셨고, 짧게 사셨지만 잘 살다가신거라고…."

형부가 떠난 뒤 두 조카는 좋은 짝을 만나 결혼을 했어요. 하늘나라에서나마 보셨죠? 언니는 그렇게 형부의 빈자리를 채우며 잘 살고 있답니다. 걱정과는 달리 웃음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고 있지요.

형부, 그런 언니에게 용기 잃지 말고 잘 살아 달라고 항상 격려해 주세요. 비록 들을 수는 없겠지만 언니에게는 더 없는 힘이 될 거예요. 형부도 편히 쉬시고요.

형부를 그리워하는 처제 드림.

/김귀록·서울 성북구 정릉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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