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나 지인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중 하나가 빈볼(Bean Ball)과 관련된 것이다. 대부분 공식용어는 몸에 맞는 볼(Hit by Pitched Ball)인데 굳이 빈볼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궁금해 한다. '빈(Bean)'의 사전적 의미는 '콩'이지만 속어로 '머리'라는 뜻도 갖고 있다. 똑 같은 데드볼일지라도 투수가 상대타자의 머리를 향해 의도적으로 던진다고 해서 빈볼이라 불린다.사실 일반팬들의 입장에서 보면 빈볼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맞는 타자도 육감으로 빈볼여부를 판단할 뿐이다. 투수를 빼고는 빈볼인지 아닌지를 아무도 장담할수 없다는 얘기이다. 투수 스스로 '확신범'이라고 자인하지 않는한 심증만 있지 물증은 없는게 빈볼이다.
빈볼이 시비거리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2001년 메이저리그에서도 빈볼 때문에 큰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리키 헨더슨은 빅리그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대도(大盜)중 대도'이다. 그런 그가 빈볼에 맞아 혼쭐이 난 적이 있었다.
2001년 7월29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헨더슨은 상대팀을 자극하는 도루를 감행했다가 보복을 당했다. 당시 샌디에이고 소속이었던 헨더슨은 팀이 12―5로 크게 앞선 7회 상대팀의 편치않은 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루왕답게 간단히 2루를 훔쳤다. 밀워키 데이비 로페스감독은 산전수전 다 겪은 헨더슨이 신사도를 어겼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타석에 들어선 헨더슨은 밀워키 투수가 던진 빈볼에 맞고 후송되고 말았다. 로페스 감독은 경기가 끝난후 "우리의 선택은 옳았지만 헨더슨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다"고 빈볼임을 시인, 큰 논란거리가 됐었다.
로페스 감독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이유는 간단했다. '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을 때 도루를 하지마라'는 야구불문율을 헨더슨이 어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원인제공자가 헨더슨이라는 말이었다. 당시 상당수 야구팬들은 로페스 감독의 편을 들었다.
빈볼시비는 비단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에만 국한 된 게 아니다. 국내에서도 심심찮게 빈볼 때문에 논란이 일곤한다. 때리는 사람은 당연하다고 강변하고 매맞는 쪽은 보복을 다짐한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생각나는 게 '동업자정신'이다. 시시비비는 가려야 하지만 한배를 탄 동업자라는 사실을 간과하다보면 매사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기 일쑤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