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전두환 대통령각하는 소문대로 통이 엄청 큽디다."5공 청와대에서 비서관으로 재직했던 L씨로부터 10여년전 기자가 직접들은 얘기 한토막.
"2년여의 비서관 파견근무를 끝내고 전 소속 부처로 복귀하려는 데 각하의 호출을 받았습니다. 본관 집무실에 올라가니 각하가 '그간 수고했다'며 전별금 봉투를 건네주려다 '잠깐, 그런데 얼마나 들어있지?'라며 봉투를 열어보더라구요. 그러더니 '아니, 총무수석! L비서관을 어찌 보고 이정도 밖에 안 넣었나. 동그라미 하나 더 쳐서 다시 가져와'라고 말합디다. 집에 와 봉투를 열어보니 당시로서는 꽤 큰 돈이었습니다. 그 돈으로 난생 처음 서울에 아파트를 장만하는데 요긴하게 썼습니다."
한때 이처럼 손이 크기로 유명했던 전두환씨가 대법원이 부과한 추징금 1,891억원을 못내겠다며 버티고 있는 것은 한편의 코미디다. 전씨는 4월28일 서울지법 서부지원에서 열린 재산명시 관련 재판에서 "내 재산은 29만1,000원이 전부"라고 말했다. 30세의 젊은 신우진 판사가 이에 맞서 "돈이 없다면서 무슨 돈으로 골프치고 해외여행을 다니느냐"고 따지자 전씨는 "주변인들이 이래 저래 도와주는 돈으로 산다"고 둘러댔다. 신판사가 "전적으로 도움에 의지하느냐"고 캐묻자 전씨는 "모든 돈을 정치자금으로 써서 낼 돈이 없다"고 역정을 냈다.
비록 쿠데타로 집권해 온갖 반민주적 전횡을 행사했다지만 한때 이 나라의 엄연한 대통령이었던 전씨가 요즘 겪는 꼴새는 아무래도 모양이 우습다. 본인의 처지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나라밖의 시선을 생각하면 민망스럽기조차 하다. 상황이 이러하건대 이제는 전씨의 추징금 미납문제를 해결할 다양한 방법을 궁리해봐야 할 때다.
본인이나 친인척들이 합심해 추징금 납부에 최선을 다했으면 싶지만 '나는 빈털터리'라고 버티는 전씨의 언행으로 미루어 이는 언감생심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먼저 대한변협의 최근 성명대로 검찰이 전씨의 연희동 집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야만 할 차례가 아닌가 싶다. 전씨는 지금까지 자발적으로 단 한푼도 추징금을 낸 적이 없다. 때문에 시중에는 전씨의 연희동 장롱 깊숙한 곳에는 어마어마한 현금과 무기명채권등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전씨가 과거 부하직원의 경조사에 거액의 부조금을 내거나 떼를 지어 호화외유를 즐긴 비용은 바로 이 집안의 은닉현금 등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마저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여의치 않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한때 그를 '보스'로 모셨던 '분'들이 나서서 '모금운동'을 벌이길 촉구한다. 전씨 말대로 그가 모금한 돈이 '전별금''격려금' '정치자금' 등의 명목으로 모두 소진된 것이 사실이라면, 그 돈의 수혜자들은 이제라도 나서서 불법으로 모은 그 돈을 내놓아야하지 않을까? 그대들의 '큰 어른'이 법정과 언론, 인터넷상에서 그토록 망신을 당하고 있는데도 가만히 있는 것은 '주군(主君)'에 대한 도리가 아닐 것이다. '의리로 죽고 산다'는 '5공의 주역' 및 '시혜세력'들이여! 이제라도 그 때 받았던 돈의 10분의 1이라도 십시일반으로 갹출해 추징금 대납운동에 나서주길 바란다. 마침 의문사진상규명위가 전씨에게 부과한 과태료 1,000만원을 측근들이 지난달 대납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추징금 대납을 위한 모금운동도 그처럼 하면 될 터이다.
윤 승 용 사회1부장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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