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중반은 8비트 PC의 전성기였다. '애플2' 컴퓨터를 선두로, 거대한 덩치를 자랑했던 금성(현 LG전자)의 '패미콤', 내장된 카세트레코더가 돋보였던 삼성전자의 'SPC-1000' 등이 PC의 대명사로 군림하던 시절이다.이중 가장 늦게 등장했지만 단번에 경쟁자들의 물리치고 8비트 PC의 왕좌에 오른 PC가 대우전자(현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아이큐' 시리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일본 아스키가 합작해 제정한 MSX 방식을 따른 이 PC는 '스프라이트'라는 막강한 기능이 있어 게임에 특별한 능력을 발휘했다. 덕분에 연간 수백편의 MSX용 게임이 일본에서 만들어졌고, 금세 우리나라로 쏟아지면서 MSX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나중에는 아예 '재믹스'라는 MSX 게임기가 나올 만큼 컴퓨터보다 게임기의 성격이 더 강한 PC였다.
MSX 게임의 대명사로 아직도 회자되는 것이 코나미의 '몽대륙'(夢大陸·1986)이다. 전작인 '남극탐험'(1984)에 이어 계속되는 주인공 펭귄의 모험을 그렸다. 펭귄 왕국의 공주가 불치병으로 쓰러지자 '생명의 사과'를 구하기 위해 남자친구 펭귄이 대여정을 떠난다. 험난한 여행 길엔 돌부리와 얼음 구덩이, 각종 괴물들이 나타나 펭귄의 뒤뚱거리는 발길을 가로막는다. 다행히 여러 종류의 아이템이 나와 펭귄의 앞길을 도와준다. 조그만 얼음 구멍에서 뛰쳐나오는 물고기는 돈이나 다름없다. 차곡차곡 잘 모아 두었다가 폭이 유난히 좁은 물물교환상(바터)의 얼음 구덩이로 들어가면 권총과 장화(움직임을 빠르게 해준다)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매 스테이지 끝판에는 거대한 보스 캐릭터가 나오는데, 주먹이나 총을 동원하는 대신 엉덩방아로 말뚝을 박아넣어 얼음판을 무너뜨리는 우스꽝스런 격퇴법이 재미를 더해준다.
몽대륙은 횡(橫) 스크롤 비행 슈팅게임 '그라디우스'(1985)에 이은 MSX 최초의 1메가(MB) 게임이기도 하다. 당시 3만원짜리 롬 팩을 살 형편이 못됐던 어린이들은 4,000원짜리 테이프 게임을 사곤 했는데, 한 번 하려면 로딩 시간만 1시간씩 걸려 무던히도 아이들 애를 태웠다. 이 게임은 인터넷 에뮬크래시(www.emulcrash.co.kr)의 MSX코너에서 받을 수 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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