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사기나 거짓말을 좋아 하지 않아요. 이 말 자체가 거짓말 같기도 한데(웃음), 여하튼 내 안에 있는 사기꾼 기질을 최대한 뽑아낼 생각입니다." 연기와 음악을 넘나드는 만능 엔터테이너이자 한류 열풍의 주역이기 때문일까. 안재욱의 화법에서는 여유가 묻어 나온다. 4일 밤 9시55분 첫 방송하는 SBS 드라마스페셜 '선녀와 사기꾼'(극본 김영찬, 연출 장용우)으로 2년 만에 TV에 복귀하는 그는 천재 사기꾼 정재경 역을 맡아 사기 행각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위조 주민등록증을 5개나 지니고 다니고 사기를 스포츠처럼 즐기며, 기억력이 비상하고 임기응변이 뛰어난 캐릭터가 그가 맡은 재경 역이다. 코믹이 주조를 이루는 이번 드라마는 그가 사기꾼 재경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모습을 불어넣을지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작가, 감독, 나 스스로 베일을 벗어보자고 했어요. 나도 '별은 내 가슴에'에서 보여줬던 멜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만 살면 얼마나 숨통 죄는 일인가요."
농담 섞인 말투 속에서 그 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부드럽고 상냥한 귀공자 풍의 이미지를 벗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올 초 개봉한 멜로 영화 '하늘정원'에서 그의 연기는 큰 감응을 부르지 못했다. 그 동안 맞지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던 것은 아닐까. 실제로도 그는 부드럽기보다는 직설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처럼 보였다. 인터뷰 도중 간간이 유머를 섞어가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낼 정도. "인기가 있으면 물론 좋지만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그게 내가 나를 좋아하는 점이다"라고도 했다.
극중에서 그는 충무공 이순신 동상을 팔아먹는가 하면 의사, 변호사 등으로 행세하며 사기행각을 벌인다. 그는 "한 작품에서 여러 인물을 표현하는 재미가 있다"며 "사기꾼이라도 밉게 보지 않고 사기극을 통해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 인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 드라마는 기획단계부터 연출을 맡은 장용우 PD, 김영찬 작가, 안재욱 세 명이 함께 시내 모 호텔에서 3박4일간 합숙하며 머리를 맞댔다. 오랜만에 국내 드라마에 복귀하는 그를 위해 무려 14분 동안이나 혼자 대사를 쏟을 기회를 줬다는 장 PD는 이렇게 그를 추켜세웠다. "호텔 연회장에서 가짜 다이어트 약 선전을 하는 장면이었다. 카메라 2대가 동시에 찍어 단 한번 만에 촬영을 마쳤는데, 안재욱의 연기를 보면서 스태프들은 전율했다."
"처음 대본을 받자마자 '지금 암기력 테스트 하는 거냐'고 감독님에게 전화로 항의했다"는 안재욱은 "진짜 어려운 것은 대사를 외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도록 대사에 리듬을 실어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가수와 배우 중 하나를 고르라면? 안재욱은 기다렸다는 듯 배우라고 답했다. "드라마를 시작했을 때는 원래 이렇게 얘기해요.(웃음)" 그러나 "연기는 내 삶"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의 여유 속에 사기꾼의 능청스러움이 더해진다면 '선녀와 사기꾼'은 볼 만한 드라마가 될 것 같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 '선녀와 사기꾼'은?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을 아름다운 사기의 대표적 사례라고 교육받으며 성장한 한 천재적 사기꾼과 요조숙녀의 얘기를 다룬 코믹 멜로. '왕초' '호텔리어'의 장용우 PD가 연출을 맡았다. 사기꾼 재경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는 경숙 역에는 한층 성숙해진 김민선이 캐스팅됐다. '가문의 영광' 등 최근 영화에서 감초연기를 선사한 성지루가 안방극장에 데뷔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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