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의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의 요즘 행보를 보면 SK글로벌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하기가 힘들다. 청산형 법정관리를 강행키로 했다가 협상 재개로 한걸음 물러섰고, SK(주)에 대한 석유대금 지급중단도 하루 만에 번복했다. 어디까지가 SK그룹에 대한 '압박 카드'이고, 채권단의 확고한 방침인지 하나은행 실무진도 헷갈릴 정도다.하나은행은 지난달 28일 채권단 운영위원회가 끝나자마자 "SK글로벌에 대해 청산형 법정관리 신청을 추진키로 했다"며 기자간담회를 통해 채권단의 공식입장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시간 뒤 하나은행은 "SK측이 서류로 자구안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식입장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기자간담회를 취소했다.
하나은행은 이어 이날 SK글로벌에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SK(주)에 대해 대금지급을 전면 중단했다. 하나은행은 "SK글로벌의 자금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채권은행으로서 월말 유동성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이보다는 SK(주)의 돈줄을 막으려는 압박카드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 중단조치도 다음날 SK(주)가 석유제품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자 하루 만에 철회됐다.
물론 하나은행의 이 같은 갈지자(之) 행보는 압박과 물밑협상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SK그룹으로부터 채권단이 원하는 수준의 자구안을 받아내려는 고도의 강·온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SK글로벌 처리는 은행과 채권단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의 향방이 달려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또 과거와 달리 정부도 채권단에 사태처리를 일임한 상황에서 채권단의 행보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일시적인 압박용으로 법정관리 신청 방침을 공개한 것이라면 시장의 신뢰를 저버리는 섣부른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김관명 경제부 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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