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이귀개라는, 우리나라에서는 희귀한 식충식물로 인한 작은 고민이 있습니다. 이 식물은 전남 보길도에서만 자란다고 해서 이즈음이면 이 식물을 조사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나는 식물학자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 진귀한 식물이 자라는 곳이 그리 오래 보전될 것 같지 않은 벌판의 습지인 까닭에 많은 이들은 이 식물이 행여 이 땅에서 사라질까 전전긍긍했었죠.그런데 얼마 전 무인도들을 조사하다가 이곳 저곳서 이 식물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 적어도 우리가 사는 시대에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 같으니까요.
문제는 그 다음에 생겨났습니다. 여러 곳에서 발견된 것에 한 술 더 떠서 어느 한 섬의 무덤에 이 식물이 잔뜩 자라자(때문에 지금까지 습지에서만 산다는 정보가 잘못되었음이 밝혀졌지요) 무덤의 주인이 뽑아버리겠다고 나선 것이지요. 법적으로 보호받는 식물을 함부로 뽑으면 큰일이고 그렇다고 조상 묘를 그대로 둘 수도 없고…. 결국 이 식물을 수목원 등에 옮겨 살리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이 식물을 왜 보전 대상 식물에 포함시켰느냐고 탓하지는 마십시오. 그렇지 않았다면 많은 이들이 이 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조사하려고도 하지 않았을 터이니 급감했을 확률도 높지요. 일부 논밭의 잡초(잡초 이야기는 오래 전에도 한번 얘기한 적이 있는데 다시 쓰려니 왠지 망설여지네요)가 이제는 희귀식물이 되어 버린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우리가 그나마 끈끈이귀개의 정보를 모을 수 있게 된 것은 희귀식물목록에 등재된 덕분이죠.
끈끈이귀개는 식충식물입니다. 사실 요즈음은 네펜더스, 파리지옥 등으로 불리는 식물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막상 우리나라에서는 끈끈이주걱, 통발, 땅귀개 등의 식충식물은 하나같이 희귀하지요.
왜 하나같이 희귀할까요? 특별하니까요. 식충식물은 작은 곤충이나 진드기, 원생동물을 먹어 자신이 필요한 질소양분을 충당하지요. 녹색식물이 생산자이고 동물이 소비자라는 먹이사슬의 근간을 흔드는 파격적인 식물이지요. 게다가 사는 방식이 다르니 생긴 모습도 낯설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많은 식충식물이 산성 토양을 가진 땅이나 습지에 살지요. 산도(酸度)가 높은 지역에서는 질소양분이 식물이 이용하기 어려운 형태로 돼 있어 다른 식물은 잘 살기 어려운 조건이 된 셈이지요.
흔히 식물이 먹이를 잡아 흡수하는 부분은 잎에서 바뀌었다고 추정합니다. 아주 오래 전 어느 식물의 잎에 움푹 들어간 부분이 생겼는데 비가 내려 그 곳에 물이 고였고 여기에 운 나쁜 곤충(곤충들 사이에선 '오죽 못났으면 식물에 잡혀먹냐' 는 이야기를 들을 법 합니다)이 빠졌을 것이라는 거죠. 곤충이 썩으며 분해돼 양분을 가진 물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영양분 공급처를 가진 식물이 생존하면서 포식법이 서서히 발달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이들의 사는 이야기는 다음 주에 하겠습니다. 요즘 식충식물 화분을 하나 놓아두면 집안에 벌레가 없어진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벌레를 거의 볼 수 없는 아파트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일부러 잡아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재미삼아 한 포기 가져다 놓고, 아이들과 관찰하며 한 주를 기다려 보는 일도 좋을 듯합니다.
이 유 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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