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증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눈에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생산·소비·투자 어느 것 하나 호전기미가 없는 경기는 갈수록 얼어붙고 있고, SK사태와 카드채 문제는 여전히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늘 실물 경기보다 두 발짝 앞서간다는 주식시장은 물밑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증시에서 서머랠리(여름 대세상승장) 기대가 확산되면서 그동안 한국 주식을 팔아치웠던 외국인들이 다시 돌아와 야금야금 싼 주식을 사들이고 있고, 부동산을 이탈한 시중자금의 흐름도 심상치 않다.이처럼 복잡한 시장 여건을 반영하듯 증권사들은 6월 증시가 하반기 대세를 좌우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종합주가지수 600선대 박스권이냐, 700 돌파냐를 놓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 증권사들의 6월 지수전망은 580∼680 범위. 5월까지 증시가 520∼630에서 움직인 점을 감안하면 저점과 고점을 높여가는 레벨업(단계적 상승) 장세가 되는 셈이지만 변동성은 크다.
교보증권은 6월 지수가 7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며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정표 투자전략팀장은 "6월 초 추가경정 예산안이 편성되는 등 경기위축 방지를 위한 정부의 부양 의지가 가시화하고, 달러 약세의 피해를 막기 위해 유럽국가들이 금리를 인하하는 등 각국의 경기 대책이 구체화할 것"이라며 "이는 그동안 한국 증시에 중립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외국인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를 이끌어내 지수의 상승탄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세계증시의 동반 상승 분위기와 외국인의 시각 변화, 저금리에 따른 초과 유동성 등이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박스권에서 허우적대는 '정체 국면' 을 주장하는 증권사들은 6월 증시가 프로그램매매에 좌우되는 등 수급이 불안한데다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 부진과 카드채 문제, 노사불안 등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점을 한계로 들고 있다.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 오현석 연구원은 "최근 미국 증시의 랠리는 일시적 불균형의 산물이며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카드채 문제 등 국내 여건도 시장의 리스크를 높이고 있고 북한 핵 문제와 사스 파장은 계속 경계해야 할 변수"라고 말했다. 시장이 최악의 상황은 피해가겠지만 해결 과정에서 발생할 일시적 불협화음이나 마찰로 주가가 600이하로 급락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 투자전략실 조용찬 수석연구원도 "연착륙 실패로 경기 급랭이 예상보다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어 수급 개선책과 추경편성만으로는 반등랠리를 지속하기 어렵다"며 "기술주 중심의 급등에 따른 과매수 부담으로 상승 모멘텀이 약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결국 '경기침체'라는 리스크와 '초과 유동성'의 대립구도가 될 6월 증시에서도 주도주와 테마주 중심의 차별화는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증권은 수출이 여전히 부진한 만큼 수출주보다는 내수 부양에 따른 소비 회복 수혜를 입을 내수주 중심의 투자를 권했고, 삼성증권은 주가 조정을 활용해 IT주와 금융주의 매수 시점을 포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신증권은 프로그램 매매 공방으로 지수 변동폭이 큰 거래소 대형주보다는 코스닥 중소형 개별주와 인터넷·게임주 등 실적호전 테마주를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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