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표현에 OPM(Other People's Money:다른 사람의 돈)이라는 말이 있다. 영어로 '아편'이란 뜻의 'Opium'과 발음이 비슷해 남의 돈은 아편처럼 달콤하고 끊기 힘들다는 의미에서 동일한 연상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은행에서 신용 분석을 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대출을 해 가는 이들의 OPM에 대한 기본적 태도와 도덕적 성향을 다각도로 분석한다.증권 시장에서 OPM과 관련해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대주주 지분율이다. 대주주가 얼마 만큼의 주식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가 회사 이익을 '자기 돈'으로 생각하느냐 아니면 '남의 돈'으로 여기게 되느냐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국내 기업의 대주주들은 모든 증자에 참가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대주주지만 결국 10%에도 못 미치는 지분으로 기업 경영을 하게 된 경우가 많다. 대주주나 오너 입장에서는 피치 못한 경우라고는 해도 투자자들은 그 부작용에 대해 경각심은 갖고 있어야 한다.
대주주 지분이 매우 낮은 회사에서는 어떤 문제가 생길까?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보자. 자신이 100% 투자한 회사에서 돈 100만원을 꺼내서 애인과 여행을 떠나는데 써버린다면 그것은 100만원 전부 내 개인 돈이 없어진 셈이다. 상당히 아까워하면서 그 돈을 쓰거나 아니면 아예 생각을 다시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자기 지분이 50%라면 내 주머니 돈은 50만원이 없어진 것이고 나머지 50만원은 누군가 내 동업자들이 대준 셈이 된다. 회사의 이익에 반하여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기회주의적 행동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 지분이 단지 1%에 불과하다면? 동업자들이 나에게 애인과 놀러 다닐 수 있도록 99만원을 모아서 준 것이고 그 놀이의 댓가로 내 주머니에서 나간 돈은 단지 1만원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남이 모아준 OPM을 가지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이 인간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간단한 셈이 발전되면서 재무 이론에서 나오는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에까지 닿게 된다. 기업의 경영자를 대리인의 하나로 보면 기업의 경영이나 투자 행태에 관한 많은 것들이 자명해진다는 이론이다.
지분이 적은 대주주가 애정을 갖고 기업을 키워주기를 바라는 것은 정말 힘만 들고 안타까운 기대로 끝나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의 가치가 기회 있을 때마다 밖으로 새나갈 가능성을 당연히 의심해야 할 것이다. 과연 우리 기업과 증시의 이러한 취약한 구조가 앞으로 어떻게 좋게 해결될 수 있을지 궁금한 대목이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hunter@cjcyb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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