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도중 '항공사 여성 승무원은 직업으로 갖지 마라. 하늘의 다방레지 아니냐'는 발언을 한 모 대학교수를 수배합니다.('공개수배' 중에서)" "'먹고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중산층 여성들이 펴나가고 있는 페미니즘이 역겹다'는 망언을 해놓고서 '페미니즘을 욕한 게 아니다' 따위의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 게 창피한 일인 줄 알아야 한다.('블랙리스트' 중에서)"'성역 없는' 여성주의를 표방하며 5월 1일 문을 연 인터넷 저널 '일다(www.ildaro.com)'는 기존의 여성 언론에서조차 찾기 힘든 과격하고 도전적인 문구들로 넘쳐난다. '일다'라는 이름은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라는 문구에서 따온 것. 순우리말 '이루다' 의 준말이기도 하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 사무실에서 만난 조여울(29) 편집장은 '일다'가 사회적 영향력을 갖춘 위협적 매체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편집장은 이화여대를 나와 여성신문사에서 일하다 이계경 전 사장의 한나라당 입당과 이후 사내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 회의를 느껴 직장을 그만두고 스스로 매체를 만들었다.
"여성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여성언론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해야 할 얘기들은 비켜갈 때가 많았어요. '일다'는 다른 매체에서 다루지 못한 이슈들을 솔직하고 바르게 드러낼 예정입니다."
문을 연지 한 달 동안 '일다'가 풀어낸 이슈들은 그의 뜻을 그대로 드러낸다. 여성을 포함한 유력 언론 논설위원 두 명의 칼럼에 대해 가차없는 비판을 가한 '블랙리스트'나 일상 속 성차별을 신랄하게 까발린 '공개수배' 등은 큰 파문을 일으킨 대표적인 코너다. 성해방을 '섹스 라이프'와 연관시켰다는 죄목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모 언론사 논설위원은 직접 게시판에 반박성 해명글을 올려 회원들 사이에 토론의 장이 열리기도 했다.
"블랙리스트는 유력 인사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들은 영향력 있는 사람이기에 자신의 행동이나 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해요. 지금까지 선정된 두 인사의 공통점은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척 하면서 반페미니즘적이었고 여성을 돕는 척 하면서 반여성적이었다는 거죠." 조 편집장은 블랙리스트가 인물에 대한 공격이 아닌, 특정 행동에 대한 지적이라고 강조했다.
날마다 굵직굵직한 이슈를 몇 개씩 업데이트하는 '일다'의 상근기자는 조 편집장을 포함해 두 명. 30명 안팎의 객원기자가 큰 힘이 되고 있는데 모두 무보수로라도 일하겠다면 자발적으로 찾아온 이들이다.
고영아(29) 기자도 아직은 월급을 줄 수 없어 상근기자를 둘 수 없다는 조 편집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세 번이나 직접 찾아와 조른 끝에 함께하게 된 경우다. 고 기자는 "철강회사에서 5년간 최선을 다해 일했는데 돌아온 소리는 고작 '영아씨가 남자였더라면…'이라는 당혹스러운 평가였다"며 "동생 친구가 제대로 된 여성매체를 추진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바로 내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반응은 조 편집장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뜨겁다. 게시판에는 '속 시원하다' '여성으로서 억울한 것들이 많았는데 위로가 된다' '머리 속이 정리되는 기분이다' 같은 격려글이 쇄도한다. 이화여대 교지는 자발적으로 축제 기간중인 28일 가진 교내 장터를 '일다'와의 연계장터로 열어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조 편집장은 "'일다'는 여성주의를 표방하지만 남녀를 불문한 사회 소수자와도 함께한다는 것이 더욱 정확한 표현"이라며 "하고싶은 말을 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만든 매체인 만큼 옳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대상을 불문하고 제동을 걸겠다"고 밝혔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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