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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규의 세상읽기 / 중년의 활력소 '살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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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규의 세상읽기 / 중년의 활력소 '살빼기'

입력
2003.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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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성들이 가장 부러워 하는 사람은 아마도 탤런트 최화정일 것이다. 몸매보다는 입맛이 먼저라는 듯 요리 프로에서 수다를 떠는 모습이 한동안 보이지 않더니 어느날 몰라보게 날씬해 진 모습으로 살빼기 전문업체 광고에 등장했다. 도저히 같은 사람으로 믿을 수 없을 만큼 달라진 그의 몸매는 한여름 얼음사탕 만큼이나 유혹적이다."야, 운동도 안 했는데 어떻게 팔뚝 둘레가 8cm나 줄어드니, 나도 거기나 한번 가볼까" 불어나는 살 때문에 고민중인 한 친구가 말했다. "중년의 나이에 그게 그렇게 쉽게 되겠니. 무슨 다른 방법을 썼겠지." 다른 친구가 의심을 담아 답했다.

최화정의 달라짐 몸이 또래 여자들의 부러움을 사는 건 왜일까. 배꼽티에 쫄바지도 마음껏 입을 수 있으니까? 다섯살은 어려보이니까?

최근 결사적인 다이어트로 10㎏을 밴 친구는 그게 다는 아니라고 말한다. "어느날 퇴근 길에 갑자기 내 인생이 숨막히게 답답하다는 기분이 들더라. 오죽하면 소리가 막 지르고 싶어서 혼자 노래방을 다 갔겠니. 그러다 우선 내 몸부터 내가 다스려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 가장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는건 내 몸이니까."

성인병이 걱정될 정도로 몸이 불어났던 친구는 그 다음날부터 하루에 죽 2끼만 먹는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두달 만에 새로운 몸매를 갖게 됐다.

"제일 좋았던 것? 물론 옷을 마음대로 입을 수 있다는 것였지. 하지만 나도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더 컸던 것 같애. 우울하기만 했던 중년의 구덩이에서 빠져나온 기분도 들었고..." 중년의 살빼기를 단순히 아름다움에의 열망으로만 바라볼 것은 아니라는 거였다.

아닌게 아니라 며칠 전 한 신문에는 '주위에서 자기가 변화시킬 수 있거나 통제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낸다'가 생활속에서 스트레스 낮추는 방법의 하나로 제시되어 있었다.

"남편도 자식도 직장도 마음대로 되는 건 아무 것도 없었어. 에잇 내 살이라도 내 맘대로 될려나 싶은 마음으로 살빼기에 매달려 본거야"

미국의 여성학자가 쓴 '참을 수 없는 몸의 무거움'이라는 책에 의하면 중세기의 다이어트는 몸이 아닌 영혼의 수양을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꿈도 못 꿀 하늘하늘한 블라우스를 입고 다이어트 심리학을 펼쳐보이는 친구의 행복해진 얼굴에서 살빼기 산업이 급성장하고 잇는 진짜 이유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덕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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