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학생, 교사, 학부모가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 어느 한쪽 당사자가 빠져서는 올바른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현실에는 학생과 교사는 있지만 학부모는 소외돼왔다.각 시, 도 교육청과 교원노조에서는 해마다 단체협약을 맺고 있다. 이 협약 조항에 교육과정운영 및 특기적성교육, 학생문화행사 및 자치활동 등 학생 학부모와 관련된 내용이 적지 않음에도 학부모가 당사자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학업성취도 평가부분에 대해서도 실수요자인 학부모가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례로 인천시에서 지난해 새로 만들어진 단체협약 내용을 보면 그간 매년 10월초 중간고사 기간에 1, 2, 3학년 모두 하던 학업성취도 평가를 올해부터는 매년 12월에 1, 2학년만을 대상으로 표집 평가를 실시하도록 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부모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학부모 의견을 반영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교육을 사랑하는 사람들 21'이 최근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91.2%가 바람직한 교육방향 설정을 위해 학부모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학부모 의견 개진을 위한 창구로 학교운영위원회연합회를 만들거나 교육관련 시민단체가 나서야 한다고 응답했다.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협약이 체결됐다면 재협상해야 한다는 응답도 81.9%나 됐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 때는 그것이 필요한 이유와 정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늘 보아 왔다. 새로운 정책이 국민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입안되면서 시행착오가 벌어지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을. 어떤 사안이든 다수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여론수렴과정은 필요하다. 교육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의견수렴과정이 수반됐다면 더욱 효과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교원노조와 당국이 진심으로 교육에 대해 걱정한다면 학부모의 바람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젠 학부모도 진정한 교육의 주체로서 변화의 중심에 서야 한다. 학부모의 응집된 힘이 하나로 모아질 때 변화의 중심에서 우리는 교육을 지원하고 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진정한 교육의 주체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이 경 희 "교육을 사랑하는 사람들21"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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