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정보화시대에 수기(手記)를 원칙으로 한다니 말이 됩니까. 당연히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택하겠지요."교육인적자원부가 1일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고2 이하 학생들에게 수기를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학교 실정에 따라 개별컴퓨터(SA),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 NEIS 등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선택하도록 허용한 것과 관련, 일선 학교와 교사들은 "대다수 학교에서 수기는 없어지고 NEIS를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선 학교의 97%가 현재 NEIS를 사용하고 있는데다 대부분 교사들이 수기, CS, SA 등의 방법이 NEIS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분당 서현고 오택근(30)교사는 "대부분 학교가 NEIS 체제로 가는 것으로 알고 준비를 해왔고 상당수 교사가 NEIS 인증을 받은 뒤 운영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교육부 방침대로라면 결국 NEIS 체제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서울 삼각산중 송주연(37·여) 교사도 "학교에 NEIS 시스템을 설치해 놓았기 때문에 NEIS 말고 다른 체제로 간다면 혼선만 빚어질 뿐"이라며 "학교장 재량으로 운영하게 된다면 당연히 NEIS를 선택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선 교사들은 NEIS 시행 허용방침으로 앞으로 학내 정보화 추진 과정에서 큰 혼란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학교마다 서로 다른 방법을 선택하게 됨에 따라 학교간 시스템 통합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대구 한 초등학교 정보담당교사는 "NEIS체제가 모든 학교의 정보를 하나로 묶어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만약 NEIS말고 다른 체제를 택하는 학교가 있을 경우, 그 학교의 정보는 하나로 묶을 수 없게 된다"며 교육부 안의 맹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 시내 한 고교 교사도 "학교마다 정보 관리 시스템을 다르게 할 경우 전학 등 학교간 정보 교류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부의 오락가락하는 결정으로 교사간 갈등의 골만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전교조 장혜옥(49·여)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한마디로 교육부의 책임 떠넘기기"라며 "교장이나 나이든 교사들은 NEIS체제로 가자고 할 것이고 전교조 교사들은 NEIS체제에 반대 의견을 개진할 것이므로 학교 내부에서 힘대결 양상이 한층 심각해져 학생들에게도 교육상 나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일부 교사들은 이제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NEIS 자체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서초고 김모 교사는 "교육부의 명확하지 못한 정책으로 NEIS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NEIS 체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모습만 보인다"며 "일반 교사들에 대한 NEIS 체제의 구체적 교육이 가장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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