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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그후 1년/월드컵 4강 이끈 사람들 紙上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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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그후 1년/월드컵 4강 이끈 사람들 紙上방담

입력
2003.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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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첫승, 16강, 8강, 4강…. 벌써 한일월드컵 1주년을 맞고 있지만 그날의 환희와 감동은 마치 진행형 처럼 생생하다. 태극전사들이 땀과 눈물로 일궈낸 신화들. 그러나 그 엄청난 공적은 태극전사들만의 것은 아니다. 생업을 뒤로한 채 길거리로 뛰쳐나와 '대∼한민국'을 부르짖었던 수백만의 길거리 응원단, 선수들 보다 더 열심히 뛴 코칭스태프. 그리고 남편, 아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밤잠을 설친 선수가족들. 모두가 합작해낸 결과였다. 피로를 잊은 채 질서유지에 힘쓴 경찰,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월드컵조직위 관계자들. 그들도 4강신화의 숨은 공로자들이었다. 한국일보는 이들의 지상방담을 통해 당시의 에피소드와 감동을 되짚어보고 4강신화 이후의 과제 등을 조명한다.

참가자 명단

김지희(24·회사원·붉은악마 회원)

이상철(39·서울중부署 경비과장)

신정임(35·최진철선수 부인)

송종국(24·네덜란드 페예노르트)

이영표(26·네덜란드 아인트호벤)

박지성(22·네덜란드 아인트호벤)

김현태(43·프로축구 안양 코치·당시 대표팀 GK코치)

이재준(57·아리랑TV 사업본부장·당시 조직위 대변인)

'월드컵 4강 신화는 진행형'

김지희-아직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응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 그만큼 월드컵은 충격적인 환희였어요.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 홍명보 선수가 골을 성공시킨 뒤 두손을 치켜들고 달려나오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이상철-스페인전 때 서울시청앞 광장에 80만명이 모여 대한민국을 외친 모습은 마치 피가 넘실대는 것 같았어요. 다른 경기 때는 50만명 정도 였는데, 80만명으로 늘어났지요. 한편으로는 보고 싶은 한국경기를 보지 못하고 경기장과 거리에서 경비를 선 경찰 후배들이 안쓰럽기도 했어요.

김현태-이탈리아와의 16강전 때 안정환의 골든골은 지금도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아요. 경기종료 2분전 터진 설기현의 동점골도 환상이었죠. 이탈리아전은 안타까움과 낙담, 환희가 이어진 인생의 축소판 이었던 같아요.

신정임-폴란드와의 첫 경기가 가장 조마조마했어요. 당시 선수 가족석에는 경기 초반 숙연한 분위기까지 감돌았죠. 골이 터진 후에는 체면도 뒤로 한채 서로 부둥켜 안고 어쩔줄 몰라했어요. 그 때 기분은 다시 느끼기 어려울 것 같아요.

송종국-모든 경기의 장면 장면들이 아직도 내 머리속을 가득 채우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게 너무 많지만 아무래도 첫승을 올린 폴란드전이 가장 오래 뇌리에 남을 것 같아요.

'3∼4시간 새우잠, 긴장의 연속'

이상철-당시 하루 3,4시간밖에 자지 못했어요. 순간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죠. 사고라도 나면 국제적인 망신이니까요. 흥분해서 달리는 차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버스, 트럭 위에 올라 타 태극기를 흔들 때 면 아찔했어요.

김현태-그라운드 벤치에서 경기를 볼 때 그 긴장감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매 경기를 어렵게 이겨 더욱 그랬죠. 특히 이탈리아전이 패배쪽으로 굳어갈 때는 정말이지 미칠 것만 같았어요.

김지희-한국전 날이면 광화문으로 달려갔지요. 당연히 회사일이 잘 될 리가 없었죠. 상사에게 회사를 다니는 거냐, 축구장에 다니는 거냐 야단도 많이 맞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모두 다 그때를 얘기하며 추억에 젖곤하죠.

이재준-월드컵 주관부서의 '입' 노릇을 하느라 개인시간을 가질 수 없었어요. FIFA가 너무 독선적으로 일 처리를 해 어려움이 많았어요. 이제는 세계가 기억하는 월드컵이 돼 자부심을 느낍니다.

아쉬움도 추억으로 돌리고

김현태-독일과의 준결승에서 단 한번 내준 찬스가 골로 연결 됐을 때 안타까웠어요. 경기 내용은 대등했잖아요. 1승도 거두지 못했던 나라가 결승에 오르면 구설수에 휘말렸을 것이라며 위안을 삼기도 했죠.

신정임-남편이 독일과의 준결승 전반전에 결장했을 때 제일 아쉬웠어요. 후반전에 출장했지만 독일의 결승골을 막지 못해 지금도 가슴이 아파요.

김지희-돈이 없어 경기장에는 가지 못한 것이 지금도 아쉬워요. 그렇다고 감동이 덜한 것은 아니었죠.

송종국-독일전 패배가 가장 가슴에 남아요. 우리는 독일보다 전력이 우수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모두 꺾었기 때문에 요코하마(결승전 장소)까지 갈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죠.

유소년 투자 아끼지 말아야

김현태-월드컵 이후 축구를 보는 팬들의 눈이 많이 달라졌어요. 선수들도 자신감을 갖게 됐고 K리그도 발전하고 있죠. 지도자들도 더 이상 자기생각만 고집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배우고 있는 점이 매우 긍정적이예요.

김지희-프로축구에 힘을 실어줘야 한국축구의 발전이 가능하죠. 온 국민이 붉은 악마가 될 때까지 부단히 노력하겠어요.

송종국-월드컵을 통해 축구환경이 여러모로 좋아졌어요. 이런 혜택을 받게 된 것에 대해 늘 감사드립니다. 내가 잘해야 한국선수들이 또 유럽으로 올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영표-추억은 추억으로 돌리고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우선 유소년에게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면 기술적인 플레이가 나오고 그것을 보러 팬들이 구장을 찾게 되죠. 당연히 K리그가 활성화하게 될 거예요.

박지성-팬들의 관심이 축구발전의 원동력이죠. 해외에 나온 선수들은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싸워야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죠. 팬들이 이점을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2006독일월드컵을 향해

송종국-(2006독일월드컵은)지금부터 준비를 잘해야 합니다. 어린 선수들이 유럽에 자꾸 나와 경험을 쌓아야 해요. 그래야 기술도 익히고 두려움도 없앨 수 있습니다.

박지성-독일월드컵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기는 해요. 우선은 올림픽 축구가 먼저지요. 차근 차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영표-월드컵 4강을 통해 유럽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린 지금이 발전의 적기입니다.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수 있을지를 축구 관계자들이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김현태-코엘류 감독은 자율을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독일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체력, 기술에서 우위인 유럽세에 맞설 수 있는 체력과 투지가 필수적입니다.

신정임-히딩크 감독이 그랬던 것 처럼 후임 코엘류 감독도 잘해내리라 믿어요. 우리는 선수들이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보살피는 것이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준-히딩크 감독은 철저히 실력위주로 선수를 선발해 지연, 학연문제를 없앴어요. 이런 풍토를 정착시키면 성적은 자연히 따라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축구를 사랑해주세요

김지희-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항상 축구를 사랑하고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이 될 때까지 붉은 악마의 옷을 벗지 않겠어요.

송종국-내가 잘해서라기 보다 팬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네덜란드에 온 것이라고 믿어요. 언제나 한국 팬들을 생각하며 경기에 임하고 있습니다. 팬들의 사랑이 있어야 또 유럽에 진출하는 선수가 나올수 있지요. 지켜봐 주세요.

이영표-(홍)명보형이나 (황)선홍이형 모두 실망을 줄때도 있었지만 결국 기쁨을 주고 갔어요. 나도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팬들의 사랑이 필수적입니다.

김현태-우리 경기인들도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축구팬들의 사랑도 식지않기를 기원합니다.

/정리=이범구기자 goguma@hk.co.kr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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