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표경선 레이스가 당권주자간 공방이 본격화하면서 점차 가열되고 있다. 6명의 주자는 29일 MBC― TV의 '100분 토론'에 출연, 서로 물고물리는 혼전을 벌였다.그러나 대부분 쟁점이 개인의 약점이나 과거 이력 등에 집중되고 있어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처럼 국민적 관심을 끌기에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당 정체성과 개혁, 노무현 정권 비판 등 총론에서 눈에 띄는 차별성이 없는 것도 문제다. 때문에 앞으로의 경쟁양상이 상대에 대한 비방이나 흠집내기 등 '집안 싸움'으로 흐를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가 적지 않다.
현재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사람은 서청원 전 대표다. 서 전 대표는 지난해 말 뱉어놓은 경선 불출마 선언을 뒤집은 데다 최근 "내년 총선에서 승리, 우리 당 인사가 총리를 맡아야 한다"는 '내각 참여론'을 폈다가 경쟁 주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있다. 김덕룡 의원은 "대선패배의 책임도 지지않고, 국민과의 약속도 저버린 부도덕한 사람"이라며 서 전 대표를 연일 공격하고 있고, 강재섭 최병렬 의원은 "유감스럽다", "불쾌하다"고 가세하고 있다. '총선 후 내각참여' 주장에 대해서도 두 의원은 "DJ정권 때의 자민련처럼 되자는 얘기"라며 여차하면 '2중대 논쟁'을 제기할 태세다.
이에 대해 서 전 대표는 일절 반격을 하지 않은 채 불출마 선언번복에 대한 사과만 되풀이하고 있다. 불출마 약속파기 문제는 논란이 확대될 경우 득이 될 게 없는데다 경쟁주자들이 자신을 집단공격하는 구도가 득표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듯 하다.
같은 민정계인 강재섭 최병렬 의원의 이념 및 세대교체 논쟁도 뜨겁다.
강 의원은 최근 최 의원의 '보수세력 자성론'을 겨냥, "자꾸 보수를 강조하면 색깔시비만 낳을 뿐"이라며 "이제는 이념을 넘어선 실용주의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덕룡 의원도 "극단적 보수를 표방하던 사람이 지금은 개혁을 이야기한다"고 꼬집고 있다. 또 55세인 강 의원은 "요즘 세태에 나이가 많이 드신 분이 대표가 되면 한나라당이 변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겠느냐"고 65세인 최 의원을 견제하고 있다.
이에 최 의원은 "내가 말하는 보수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수구가 아니라 개혁하는 보수, 합리적 보수"라고 반박했다. 그는 "나이만 젊어진 노무현 정권이 경륜부족으로 극심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을 보고 있지 않느냐"고 행정경험이 없는 강 의원에게 역공을 폈다.
여기에 후발주자인 김형오 이재오 의원은 "경선에 나와서는 안될 사람", "권력기관 파견검사" 등 훨씬 직설적 표현으로 서 전 대표와 강·최 의원에게 날을 세우고 있어 경선레이스의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김덕룡 의원은 누구에게도 공격을 당하지 않는 '무풍지대'에 있고, 유력후보 가운데 강 의원과 김 의원 사이에서만은 공방이 전혀 없어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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