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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매트릭스"관련 철학서적 출간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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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매트릭스"관련 철학서적 출간 잇달아

입력
2003.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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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개봉된 영화 '매트릭스' 초반부에 주인공 네오가 불법 소프트웨어를 파는 장면에서, 감춰둔 소프트웨어를 꺼내는 곳은 속이 비어있는 책이었다. 책의 표지는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미국에서 94년에 번역된 이 책은, 이 영화의 속편 '매트릭스 2―리로디드'의 개봉과 함께 지금 아마존닷컴 판매 순위 100위 안에 올랐다. 영화의 공식 웹사이트에 가보면 '철학'이라는 소주제 아래 버클리 대학의 저명한 철학교수 휴버트 드레퓨스가 쓴 글이 실려 있다.이 뿐이 아니다. '매트릭스'를 주제로 쓰인 철학 에세이집이 속속 출간돼 모두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2002년 10월에는 펜실베이니아 킹스 칼리지의 철학과 교수인 윌리엄 어윈이 주로 철학과 교수들이 쓴 에세이를 모아 펴낸 '매트릭스와 철학' (The Matrix and Philosophy)이, 올 4월에는 작가인 글렌 예페스가 편집한 철학 에세이집 '빨간 알약 먹기'(Taking the Red Pill)가 출판되었다. 이와 더불어 공상과학 작가들의 에세이집 '매트릭스 탐험'(Exploring Matrix)이 이 달에 새로 나왔고, '매트릭스'가 갖고 있는 종교적 성격에 대해 주로 성찰한 '가스펠 리로디드'(The Gospel Reloaded)도 6월 출간될 예정이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 한 편이 이렇게 대대적인 철학적, 종교적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은 이 영화의 철학적 시사성을 들 수 있다. 영화는 오래 전 데카르트가 천착했던 문제, 즉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악한 신'에 의해 꾸며진 환상이 아닌가 하는 고전적 주제를 사이버 시대에 맞는 구도로 되묻고 있다.

영화에서 인용하고 있는 보드리야르는 우리 현실은 실제 땅 위가 아닌 땅을 베껴 그린 '지도' 위라고 하였고, 18개월마다 능력이 배가되는 컴퓨터의 지능에 대한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경고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영화의 설정은 우리에게 '현실'에 대한 고민을 하도록 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영화가 제기하는 문제의 다양성을 들 수 있다. 즉, 얘깃거리가 많다. 지적인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 워쇼스키 형제는 한 인터뷰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생각을 집어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액션, 만화책, 컴퓨터 게임, 쿵푸 영화의 복합적 형태를 하고 있는 이 영화는 과학과 철학의 문제 뿐 아니라 기독교, 불교, 샤머니즘 등 다양한 종교적 암시까지 담고 있다. 어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을 가장 잘 담아낸 영화라고 하고, 다른 이는 그야말로 '가짜' 철학 영화라고 비판하고 있다. 질적 수준을 떠나 이 영화는 이미 하나의 시대적 현상이 되어버린 듯하다.

/박 상 미 재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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