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판시장의 강자는 어린이 경제교육서이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경제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거나 돈이 왜 소중하고 인생을 잘 사는 데 돈 관리가 왜 중요한지 일깨우는 책이 올해 나온 것만도 수십 종에 이른다.이러한 현상은 경제동화 '열두살에 부자가 된 키라'가 촉발했다. 이 책은 2001년 8월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50만부 이상 팔렸다. 키라는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경제를 배워간다. 이 책의 성공으로 어린이 경제교육에 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관련 서적이 봇물을 이루었다. 외국의 인기 어린이 경제교육서를 둘러싼 국내 판권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작권계약과정에서 미리 주는 인세가 3,000만원을 넘는 책이 나왔다는 소식도 들린다. 금융기관이나 민간 경제연구소, 언론사도 어린이 청소년 대상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재정경제부는 홈페이지에 특별 코너를 마련했고, 외국의 어린이 경제교육 기관까지 상륙했다.
10 20대 신용불량자가 무려 60만명에 육박하는 국내 현실을 돌아볼때 어릴 적부터 경제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걱정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 소양으로서 경제를 가르치기보다는 '우리 아이 부자 만들기' '우리 아이 미래의 CEO만들기' 등 돈 많고 지위 높은 사람 되기를 강조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3년전 베스트셀러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으면서 부자 되기를 다짐하던 부모들이 이제는 자녀들 손에 비슷한 성격의 책을 쥐어주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하기는 '부자 되세요'가 최소의 덕담으로 통한 지도 1년이 넘었으니, 그리 특이할 것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잠시 숨을 고르고 돌아보자. 그게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부자 되기에만 골몰했다간 더불어 사는 미덕이나 평등은 실종되고 만다. 대안적 삶의 형태로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의 결단은 바보짓이란 말인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길게 줄을 선 부자 되기 행렬을 바라보는 마음이 영 편치 않다.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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