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가 29일 예루살렘에서 두번째 회담을 가졌다. 양측 모두 "긍정적인 회담"이라고 평가했으며 일부 진전도 있었다.이스라엘 정부는 "무장폭력이 종식된다면 점령지에서 병력을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팔레스타인이 독자적으로 안보를 책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샤론 총리는 회담에서 "팔레스타인이 미래의 수도로 여기고 있는 동예루살렘에서 결코 철수하지 않겠다"고 언급, 양측 평화협상의 한계를 다시 드러냈다. 동예루살렘은 난민귀환 문제와 함께 팔레스타인이 양보할 수 없는 협상의 마지노선이다.
동예루살렘 지위문제는 1967년 6월7일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그때까지 요르단이 점유하고 있던 동예루살렘을 강제병합하면서 첨예한 이슈가 됐다.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에 욕심을 낸 것은 유대인들이 성지로 여기는 '템플마운트(성전산·聖殿山)'와 '통곡의 벽(Wailing Wall)'이 여기에 있어서이다. 문제는 템플마운트가 이슬람교도들에게도 가장 신성한 성지라는 데 있다. 아랍인들은 그래서 템플마운트를 '고귀한 성소'라는 뜻의 '하람 알―샤리프'라고 부른다.
이슬람의 세번째 성지로 꼽히는 알―아크사 사원과 아랍인들이 가장 자부심을 갖고 있는 황금돔도 이곳에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전쟁 승리 후 동예루살렘을 국제사회의 승인 없이 강제병합한 데 이어 1980년 7월30일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영원하고도 분할될 수 없는 수도"라는 '예루살렘 영구 수도법'을 제정, 이슬람인들의 격렬한 분노를 촉발했다.
그 동안 양측 사이의 숱한 협상에서는 동예루살렘에 대한 여러 해법이 제시됐다.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 정권 때는 성지에 대한 주권을 공유하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예루살렘 북부의 제한된 아랍거주지역 주권을 팔레스타인에 넘겨주고, 동예루살렘 내 팔레스타인 비공식 본부인 '오리엔트 하우스'를 비롯, 몇몇 주요 건물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게양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팔레스타인인들이 스스로의 시장을 뽑을 수 있도록 하는 안도 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안은 예루살렘의 땅이 아닌, 거기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지배권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돼 팔레스타인의 기대에는 턱없이 못 미쳤다. 템플마운트를 제외한 동예루살렘 일부 지역을 팔레스타인에 넘기는 방안도 있었으나 역시 성지 문제에 부딪혔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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