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골초' 였던 김태수(38·코리아나화장품) 과장은 최근 20년 동안 피워온 담배를 끊었다. 김 과장이 그간 몇번이나 실패했던 금연시도를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집단금연운동'에 동참한 것이 결정적 도움이 됐다. 김 과장은 "사내 금연동아리에 참가해 서로 감시하고 격려하면서 담배의 유혹을 이겨냈다"고 자랑스레 성공비결을 소개했다.공동금연 효과만점
직장인들 사이에서 함께 담배를 끊는 '공동금연운동'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갈수록 입지가 줄고 있는 흡연자들이 자발적으로 사내 동아리나 모임을 만들고 상부상조식 금연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기업들도 금연자들을 위해 '금연수당' '금연교실' '사내 흡연단속' 등 각종 '당근과 채찍'을 마련해 적극 후원하고 나섰다.
회사원 김승묵(32·안국약품)씨는 최근 '돈도 벌고 담배도 끊자'며 금연수당을 받는 사내 금연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김씨는 "회사에서 매달 의무적으로 일산화탄소 농도측정기로 흡연여부를 검사받는다"며 "참가자 170명 중 절반 이상이 금연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올 3월 본사 빌딩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퍼펙트 금연' 운동에 돌입한 CJ그룹의 정재훈(38) 과장은 "전 직원이 금연서약서를 쓰는 대신 회사는 무료자판기와 군것질거리를 제공키로 했다"며 "금연에 실패한 직원들은 의무적으로 사회봉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트컴퓨터의 천승우(32) 주임는 "전 직원 앞에서 금연선언을 하고 2년치 금연수당을 일시불로 받았다"며 "담배를 피우다 들킬 경우엔 전액을 반납해야 한다"고 엄살을 피웠다.
대학,인터넷에도 공동금연 열기
'함께하는 금연운동'은 대학가와 인터넷에서도 인기다. 인제대는 지난해 전 캠퍼스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교직원들 중 89%가 비흡연자인 이 대학은 금연캠퍼스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금연서약, 금연장학금 등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인터넷 금연사이트 '금연나라'의 현왕근(46) 대표는 "최근에는 청소년이나 여성흡연자들도 서로 금연정보를 주고받으며 상부상조식 공동금연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올 5월 한달 동안 20대 이상 남녀직장인 5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연실패에 가장 영향을 끼친 사람'을 묻는 질문에 26.6%가 '직장상사 및 동료'를, 25%가 '자기 자신'을 꼽아 직장내 공동금연이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김일순 대표는 "'나홀로 금연'은 주위의 유혹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동료들이 서로 격려하고 감시도 해주는 공동금연은 훨씬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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