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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그후 1년 下/ 월드컵이 낳은 스타들 어디서 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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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그후 1년 下/ 월드컵이 낳은 스타들 어디서 뭘하나

입력
2003.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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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일본에서 열리는 한국과 일본 국가대표 축구팀간 경기는 1년 전 2002 한일월드컵 개막일의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 4강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남겼던 월드컵으로 인해 홍명보, 안정환, 황선홍 등 월드컵 전사와 거스 히딩크 감독은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축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던 가수, 디자이너 등도 월드컵을 거치며 또 다른 '월드컵 스타'가 됐다.국민가수 윤도현

월드컵 응원가 '오, 필승 코리아'를 불러 국민적 사랑을 받은 '윤도현 밴드'의 보컬 윤도현(31)은 대표적인 월드컵 스타다. 1994년 '타잔'이라는 노래가 수록된 1집 음반으로 데뷔한 이후 총 7장의 음반을 냈던 윤도현은 월드컵 이전까지는 젊은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각광을 받던 록가수였다.

그러나 지난해 초 붉은 악마로부터 응원가를 불러달라는 제안을 받고, 한 프로축구팀 서포터스의 구전 응원가에 흥겨운 리듬을 가미한 '오, 필승 코리아'를 만들어 부르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윤씨는 "월드컵 기간 내내 온국민의 응원가가 되는 바람에 이곳저곳 다니면서 공연도 많이 했다"며 "젊은 세대가 이끌었던 광장 문화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록음악과 맞아 떨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음반시장 불황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이후 윤도현 밴드의 라이브 앨범이 40만 장이나 팔려나갔다. 윤씨는 물밀듯이 밀려오는 CF에 출연했고 각종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나섰다.

월드컵 1주년 기념공연과 조총련 초청 일본공연을 앞두고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월드컵을 통해 쌓인 통합과 변화의 에너지를 우리 사회가 소중히 간직할 수 있도록 음악으로 돕고 싶다"고 밝혔다.

'미스 월드컵' 미나

월드컵 준결승 한국-독일전이 열린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과감한 태극기 노출패션이 외신 기자들의 카메라에 포착되어 하루아침에 유명스타로 떠오른 '미스 월드컵' 미나(본명 심민아·30). 어깨와 배꼽을 훤히 드러낸 붉은 티셔츠와 태극기 치마로 섹시함을 한껏 자랑했던 미나는 월드컵 덕분에 태극전사 못지 않은 인기를 얻었다.

그해 10월 '전화받어' '꿈은 이루어진다' 등의 노래로 가수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현재 일본 연예계 진출을 준비 중이다. 그는 "월드컵이 끝난 뒤 단 한 번도 월드컵을 잊어본 적이 없다"며 "한일전도 직접 참석해 1년 전 월드컵의 감격과 흥분을 고스란히 되살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연예계 데뷔 후 처음으로 받은 CF출연료를 유소년 축구성금으로 기부했던 미나는 앞으로도 한국축구의 영원한 서포터로 남을 생각이다. 그는 "바쁜 일정 때문에 자주 축구 경기장을 찾지는 못했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에는 '붉은 악마'로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Be the Reds' 디자이너 박영철

온 나라를 붉은 빛으로 물들였던 붉은 악마 공식 티셔츠 'Be the Reds'. 이 글자를 디자인한 박영철(40)씨는 월드컵 성공의 숨은 공로자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던 박씨는 월드컵이 열리기 1년 전 후배의 제안을 받아 'Be the Reds'를 디자인했다.

이런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지내던 그는 우연히 월드컵 개막 직전 한 TV광고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티셔츠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월드컵 내내 'Be the Reds' 티셔츠는 월드컵 응원의 상징이 됐다.

박씨는 "온 나라 방방곡곡을 내가 디자인한 티셔츠가 뒤덮은 모습을 보는 것은 디자이너로서 너무 기쁘고 신나는 일이었다"며 "하지만 저작권을 무시하고 일부 기업에서 무단 도용하는 바람에 금전적 손해는 엄청났다"고 말했다.

박씨는 최근 반전평화를 기원하는 'No War'라는 디자인을 제작, 이라크 어린이 돕기 운동에 나선 시민단체에 기증했다. 그는 "한반도에 영원한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요즘 밤을 새워가며 'Oh, Peace Korea'라는 디자인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인철 전 붉은 악마 회장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스 '붉은 악마' 회장이었던 신인철(31)씨는 월드컵을 전후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붉은 악마 초대 회장이었던 신씨는 지난해 월드컵 직전 다시 4대 회장을 맡아 온몸을 불사르며 월드컵 전사 후원과 응원전을 전개했다.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태극기 응원, 카드섹션 등은 신씨를 비롯한 붉은 악마 회원들의 열정 덕분에 가능했다. 월드컵이 끝나고 붉은 악마에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의 대선 행보와 관련해 붉은 악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 등이 계속되자 신씨는 회장직을 사퇴한 후 외국으로 떠났다. 현재 작은 무역회사 이사로 일하고 있는 신씨는 "붉은 악마 일반 회원 신분으로 축구를 사랑하는 일은 계속해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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