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시간 TV에서 맥주에 삼겹살을 먹는 장면을 보면 먹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마련 아닌가요. 담배도 마찬가지입니다. TV 속의 흡연 장면이 많을수록 사람들은 담배를 친근한 기호식품으로 대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편안하고 자상한 아빠 같은 남자'의 대명사 탤런트 강석우(46)씨. 2000년 드라마 '아줌마'에서 허풍쟁이 지식인 장진구 역을 맡아 열연한 그가 금연 전도사로 나섰다. 30일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주최로 열린 '제16회 세계금연의 날 기념식'에서 그는 드라마에서의 흡연 문제를 주제로 강연했다. 세계보건기구가 1988년 제정한 세계금연의 날을 하루 앞둔 이날 행사는 영화, 연극, TV 등 대중매체에서 금연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자리였다.
"드라마 대본을 보면 '담배를 깊게 빼어 문다' 같은 지문이 많이 나와요. 고뇌에 빠지는 장면을 찍을 때 통상 담배 피는 연기를 요구하곤 하는데, TV의 흡연 선전 영향력에 대한 고려 없이 습관처럼 넣는 거죠."
20여분 간의 강연 요지는 명쾌했다. TV가 대중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흡연 장면을 추방해야 한다는 것.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극장, 비디오 또는 TV 영화에서 150회 이상 흡연 장면을 본 10대의 흡연 시도율은 31%에 이른 반면 50회 이하로 본 10대는 4%였다.
그는 연예가에서 소문난 자상한 가장이다. 고교 때부터 피워 온 담배를 끊은 것도 가족 때문이었다. "교회에 다니는 초등 6학년 아들과 3학년 딸에게 아빠가 담배 피우는 사실을 계속 숨길 수 없어 끊자고 생각하고 99년 12월1일 결단을 내렸지요. 그 뒤 신기하게도 금단 증세가 전혀 없어 큰 고통 없이 금연에 성공했습니다."
그가 강연에 나서게 된 것은 정광모 소비자연맹 회장과의 인연 때문. 평소 가깝게 지내는 정 회장은 줄곧 "TV에서 담배 피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는 "그 뒤 대본에 흡연 장면이 나오면 인상을 쓰면서 물을 한 컵 들이키는 식으로 즉석에서 바꾸는 등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다가 작가와 사이가 벌어진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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