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펴낸 김광수 경제연구소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설다. 2000년 설립된 이 연구소의 주요 고객은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정부 부처다. 이들을 상대로 한국 경제 현안에 대한 분석과 정책 제안 등 컨설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 고위 관료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고, 전·현직 재경부 장관이 나란히 '추천의 글'을 썼다.이 책의 성격은 여기에서 잘 나타난다.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은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한 번도 추천의 글을 써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 한해서 개인적인 원칙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김진표 재경부 장관은 "한국 경제의 여러 문제에 대한 비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해결책과 비전까지도 제시해 정책적으로도 매우 유용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책은 연구소가 지난 3년간 발표한 주요 보고서들 가운데 13개 주제를 골라 재정리, 보완한 것으로 우리 경제 전반을 총 망라하고 있다. 동아시아 외환 위기, 국가 채무, 국민연금 재정, 공기업 민영화를 포함한 노사 문제, 동북아 경제 공동체 구상, 부동산 투기와 신용카드 버블, 경제분석 방법론과 경제 정책, 대구 지하철 참사와 연관된 한국 사회의 문제 등이다.
이 책의 특징은 쟁점이나 논쟁이 되었던 현실의 구체적인 사례를 놓고 주로 정책적 관점에서 분석을 시도한 점이다.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현실성을 고려했다는 것이 차별성을 갖는다.
'이론과 현실'이 아닌 '현실과 이론'이라는 책 제목이 이를 잘 보여준다. 방대한 자료를 꼼꼼히 챙기고 도표를 많이 사용해 비전문가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의 지적대로, 선진국처럼 이런 민간 전문 연구기관이 발전해야 한국 경제의 앞날도 밝아질 수 있다. 규모는 작지만 전문적인 연구소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이 상 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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