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환 특별검사팀이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구속한데 이어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하는 등 본격적인 사법처리 수순에 돌입했다. 국민의 정부 핵심 관계자인 이 전 수석의 사법처리를 계기로 대북송금을 총괄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임동원 전 국정원장,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사법처리 여부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두 이씨의 사법처리 혐의는 전체 대북 비밀송금 의혹사건에서 '지류'에 해당하는 산업은행의 현대 계열사 불법 지원에 국한한 것이다. 이 때문에 피의자측은 "특검의 수사범위를 넘어선 월권행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특검법이 수사범위를 대북송금은 물론 이에 관련된 사건까지로 폭 넓게 규정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불법행위를 문제 삼지 않고 사실관계 규명만 하려 했다면 특검이 아니라 '진상규명위원회'를 도입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사건 관계자들의 불법 행위는 형사 처벌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두 이씨의 혐의가 비교적 명쾌한데 반해 정작 '본류'에 해당하는 대북송금 행위 자체를 어떻게 사법적으로 판단할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분단 상황에서 발생한 일로 전례가 없고, 의율할 법률 규정이 존재하는지 조차 불확실하다. 특검팀은 일단 남북교류협력법과 외국환관리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규정된 절차를 벗어나 비밀리에 대북송금이 이뤄진 것은 분명하고 송금과정에서의 몇몇 절차상 하자도 포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검팀 관계자는 그러나 "두 법률을 적용하는 데는 매우 미묘한 난점이 있다"며 여의치 않음을 시사했다. 남북교류협력법은 수입, 수출 등 남북간 교역거래의 절차를 규정한 법률로 성격 자체가 모호한 대북송금이 이에 해당하는지는 법률적 검토가 더 필요하다. 특검팀은 대학교수와 은행 관계자들로부터 두 법률의 적용가능 여부에 대해 자문을 구하고 있다. 3년에 불과한 두 법률의 시효도 문제가 되고 있다. 사건 발생시점을 2000년 6월초라고 할 때 시효는 불과 10여 일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효 때문에라도 특검팀이 다음 주중 임 전 원장 등 사건 관련자들을 일괄 기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위반시 3년 이하 징역을 규정한 남북교류협력법은 가벌성이 크지 않아 '하위급 실행자'들만 처벌 받고 대북송금을 기획·총괄한 '몸통'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현대그룹의 분식회계 협의는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 문제 삼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