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사커와 함께 몰락했던 지네딘 지단(프랑스)과 송종국에게 발이 묶여 예선탈락의 치욕을 당한 루이스 피구(포르투갈)는 '비운의 스타'인가 영원한 왕별인가. 세계최고 몸값을 앞다퉈 갈아치운 지단과 피구는 2002한일월드컵에서 '진 별'이란 멍에를 썼지만 1년이 흐른 지금 월드스타로 다시 우뚝 서 있다. 지구촌 최대 제전 월드컵에서 망신을 당한 이들은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프리메라리가 선두에 올려 놓아 '역시 최고'라는 찬사를 자아냈다.챔피언스리그 악령 피구는 15일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한국에 0―1로 패한 '악몽'이 떠오른 듯 고개를 떨궜다. 마드리드는 결국 지단과 라울(스페인) 등 초호화 멤버에도 불구, 2―3으로 무너졌다.
마드리드는 정확히 1년 전 이날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자국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소화하느라 녹초가 된 스타들은 보름 뒤 막이 오른 월드컵을 앞두고 곧바로 소속 대표팀에 합류,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월드컵은 통상 6월 중순 개막되지만 한일월드컵은 장마를 이유로 2주정도 앞당겨져 몸을 추스를 틈이 없었다. 특히 유럽 최강 클럽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는 스타들의 비운을 잉태한 부상병동의 주범이었다.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과 필리포 인차기(이탈리아), 주앙 핀투(포르투갈) 등은 개막 전 이미 각종 부상에 시달려 '정상 플레이'가 힘든 상태였다. 이처럼 팀의 기둥이 제 구실을 못한 축구 강국들은 줄줄이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하지만 발등뼈 골절로 몸살을 앓은 베컴이 올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이끄는 저력을 발휘하는 등 대부분은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한국엔 졌지만 우린 최고 16강전에서 한국에 1―2로 진 이탈리아는 '르네상스'를 외칠 만큼 잘 나간다. 태극전사를 상대로 골 침묵을 지켰던 이탈리아의 델 피에로와 인차기는 각각 유벤투스와 AC밀란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려놓는 등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한국과의 8강전에 부상 결장한 스페인 간판 골잡이 라울도 최근 맹장수술을 받는 등 불운을 겪었다. 승부차기에서 실축, 한국의 4강 신화를 도운 스페인의 4번째 키커 호아킨(레알 베티스)은 "그 킥을 3만번 정도 되새겼다"며 마음 고생을 털어놨다. 한편 아르헨티나의 34세 노장 스트라이커 바티스투타는 대표팀에서 퇴출된 뒤 인터밀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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