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의 법정관리 신청 결의로 청산 위기로 몰렸던 SK글로벌 사태가 채권단과 SK(주)의 협상재개로 극적 타결의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29일 한때 석유공급 중단 위기로까지 치달았던 SK(주)와 채권단의 정면대결 양상도 이날 오후 채권단이 전격적으로 SK글로벌을 통해 석유 대금을 SK(주)에 지급함으로써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재협상으로 막판 타결 가능성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이날 "SK그룹에서 출자전환 규모 증액 등을 포함해 재협상에 들어가자고 제의해왔다"며 "채권단이 요구한 국내 순매출채권 1조원의 출자전환을 수용하면 언제든지 SK글로벌 처리문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이날 법원에 낼 예정이었던 최태원 SK(주) 회장의 해외 자산은닉 행위, 계열사들의 분식회계 연루사실 등을 담은 채권단 명의의 의견서 제출을 보류했다. 또한 지난달 법원에 제출했던 최 회장 석방탄원서 철회 계획도 취소했다.
채권단은 이 의견서에서 "SK그룹은 채권단 공동관리 개시전 검찰 수사로 밝혀진 1조5,000억원과 SK해운 관련 4,800억원을 분식회계한데다, 공동관리 개시 이후에도 해외자산 부실액 4조원, 부외자산 4,220억원 등을 숨겨왔다"며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채권단 기만행위로 관련 계열사와 임직원이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대금 놓고 한때 정면대결
협상 재개와 함께 석유공급 중단 위기까지 우려됐던 채권단과 SK(주)의 감정 싸움도 해소됐다.
SK(주)는 이날 오전 채권단의 석유판매대금 지불 중단에 맞서 국내 주유소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SK글로벌에 대한 석유공급을 자구차원에서 29일부터 중단키로 했다.
이렇게 될 경우 SK글로벌이 소유하고 있는 전국 3,200여개의 SK주유소를 통한 석유판매가 중단되는데다, SK(주) 역시 대금지불 중단에 따른 유동성 위기와 함께 유전스(Usance)를 활용한 신용거래의 길이 막혀 원유도입에 차질을 빚으며 자칫 석유대란이 야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채권단이 이날 오후 지급을 중단했던 판매대금 300여억원을 지급함에 따라 SK(주)는 이날 하루동안 중단됐던 SK글로벌에 대한 석유제품 공급을 30일 자정부터 재개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SK글로벌의 월말 유동성 부족과 이에 따른 부도를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관계사에 대한 대금지급을 중단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석유공급 중단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은데다 대금지급과 석유공급 중단으로 SK글로벌과 SK(주) 양측을 죽일 수 없어 대금지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30일 예정됐던 최태원 회장의 선고공판이 6월13일로 연기됨에 따라 채권단과 SK그룹간의 협상 여지는 더욱 늘어나게 됐다. 서울지법 형사합의 22부는 "검찰측과 피고인측 주장에 대해 좀더 면밀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 부득이 선고를 2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으로서는 채권단과의 협상 결과가 선고공판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걱정을 덜게 됐고, 채권단으로서는 연기된 시간만큼 SK그룹을 압박해 극적 타결을 얻어낼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김경철기자 kckim@hk.co.kr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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