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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서 "유럽갱년기 학회" 열려/ "부작용 무섭다고 호르몬치료 포기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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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서 "유럽갱년기 학회" 열려/ "부작용 무섭다고 호르몬치료 포기말아야"

입력
2003.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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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여성을 위한 호르몬 대체요법(HRT)은 과연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지난해 미국의 대규모 임상시험(WHI)이 유방암과 심혈관 질환의 높은 위험도로 인해 중단된 뒤 유럽갱년기학회(EMAS)는 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분주했다. 24∼28일 루마니아 부카레스트에서 열린 유럽갱년기 학회에서 참가자들은 "여성의 삶의 질에 크게 기여하는 호르몬 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인에 따라 맞춤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럽의 경우 미국에서 주로 쓰는 경구용 혼합호르몬제(프렘프로)와는 다른 약을 많이 쓰고 있어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끝나지 않은 논란―심혈관질환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위험도를 경고한 WHI 결과는 학회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 전문의들은 여성호르몬이 심혈관을 보호하기 때문에 폐경이후 질환이 급증한다고 믿었다. 남성의 경우 40대부터 늘어난다. 한때 호르몬대체요법은 심혈관 질환 예방목적으로도 쓰였다.

영국 임페리얼 대학의 존 스티븐슨 교수는 "같은 차라도 스포츠카와 허름한 차가 다르듯 상이한 호르몬 치료는 대사과정이 달라 효과도 다를 수 밖에 없다"며 "심혈관질환에 대한 호르몬의 영향은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저용량 다른 성분의 호르몬제를 쓴 다른 임상시험(WHISP)에선 초기 심장발작의 위험이 높지 않았다는 것. 그는 WHI에서 초기 관상동맥질환 위험도가 높게 나온 데 대해 "에스트로겐의 용량이 많았거나 프로게스테론의 성분 용량에 문제가 있거나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시기가 오히려 늦었기 때문일 수 있다"며 용량과 성분을 재검토할 것을 강조했다.

유방암의 위험도 격차

유방암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는 큰 편차를 보였다. 먼저 지역적으로 유방암 발병 빈도는 크게 달라 북유럽과 서유럽 북미 호주 등이 10만 명당 70∼80명 꼴로 발병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아시아는 10만 명당 22명 이하였다. 서구의 경우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이 늘지만 아시아는 40대에 발병이 가장 많고 그 후부터는 약간씩 낮아진다. 상대적으로 우리는 유방암에 대해 안심할 수 있다는 뜻.

호르몬 대체요법의 유방암 위험도는 5.2년 만에 1.26배로 WHI 결과 드러났지만 프랑스에선 5∼9년 치료받은 경우 1.03, 10년 이상일 때도 1.15배에 불과했다. 프랑스는 미국과 달리 83%가 피부패치제를 썼고 프로게스테론의 성분도 달랐다. 심장 위험을 가리키는 염증반응 수치(CRP)도 경구용 에스트로겐(2.29)과 피부패치 에스트로겐(0.68)이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에스트로겐의 흡수 경로에 따라 대사과정이 달라 유방암 위험도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밖에 유방암 위험인자는 12세 이전 초경(위험도 1.3배) 55세 이후 폐경(1.2∼1.3배) 음주(매일 소주 0.5∼1병 1.4배)등이 꼽힌다. 경구용 피임약은 과거 유방암을 크게 유발했으나 최근 위험도가 줄었고 흡연은 큰 영향이 없다.

개인별 맞춤치료

학회에서 많은 발표자들은 개인별 맞춤호르몬 치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헝가리 성 마가렛 병원의 캐롤리 토트 박사는 "WHI 발표 후 호르몬 대체요법이 크게 위축됐다"며 ▲운동, 식이요법 등 건강한 생활습관 ▲ 가능한 한 저용량 단기 요법 ▲개인별 처방과 대안적 치료약 등을 권고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갱년기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5년 이내 호르몬 요법은 득이 훨씬 크다. 장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 먼저 유방암 가족력 폐경연령 출산 연령 비만도 등 유방암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용량 성분 흡수 경로(패치제 또는 경구용)를 달리 해 처방하거나 아예 다른 약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대안적 치료제로는 리비알 에비스타 등 조직이나 장기에 따라 선택적으로 다른 기능을 하는 약들이 부상하고 있다. 예컨대 리비알을 먹으면 여러가지 대사물질로 변화해 갱년기 증상과 뼈에는 에스트로겐처럼 도움을 주고 유방이나 자궁에는 암 위험이 없으며 성욕을 일으키는 남성호르몬 역할도 한다. 골다공증 치료가 주 목적이라면 호르몬제가 아닌 골다공증 치료제를 쓰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부카레스트(루마니아)=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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