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에서 이미 과거가 돼버린 서해교전의 진상을 논하는 게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지난해 서해교전이 '북한의 계획된 도발'이 아니라 우리측의 미숙한 대응으로 인한 '우발 충돌'이었다는 보도가 나간 뒤 국방부의 한 당국자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또 다른 당국자는 "진실은 둘째 치고 기사가 당시 작전 실패의 책임이 있는 2함대사령관과 합참의장 등 호남 출신 장군들을 다치게 하려는 저의가 있는 게 아니냐"고도 물었다.
본보가 28일 서해교전 발발 원인이 왜곡·은폐돼 왔다고 보도하자 국방부 주변에선 숱한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 사건 발생 1년후 뜬금 없이 당시의 진상이 보도된 것은 특정집단을 음해하기 위한 역정보에 기자가 이용당했기 때문이라는 어이없는 설마저 나돈다.
그러나 정작 국방부는 "한국일보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발뺌하면서 당시의 진상을 캐내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또 엉뚱하게도 기자에게 취재수첩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군사기밀 누출 용의자 색출에 혈안이 돼있다.
서해교전에 대한 '진실 찾기'는 의외로 간단하다. 치밀하게 도발을 계획했다는 북한 군은 정말 전투태세를 완비하고 확전을 벼르고 있었는지, 북한 해군 8전대 지휘부는 왜 문책을 받았는지 같은 기초사실부터 확인하면 되기 때문이다. 또 우리 해군 함정이 북한 경비정 몇 m 앞까지 돌진했는지, 사격 각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거리까지 접근해 패전을 자초한 것은 아닌지 등도 따져보면 진실은 금세 드러날 것이다. 한국해전 사상 최악의 패전이라는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방부는 먼저 진상 규명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정호 사회1부 기자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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