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 가는 길'의 작가 하일지(48·사진) 씨가 프랑스 파리에서 시집 '내 서랍 속의 제비들(Les Hirondelles dans mon Tiroir)'을 출간했다. 하씨는 지난해 8월부터 스트라스부르대 교환교수로 프랑스에 머물러 왔다.시 전문 출판사인 리버레리―갈러리 라씬느 출판사에서 나온 이 시집은 하씨가 프랑스어로 직접 쓴 시 32편을 묶은 것이다. 길을 잃은 제비가 책상 서랍 속에 둥지를 틀었다가 가을이 되어 떠나기까지의 시간으로 구성됐다. '금년에도 나는/ 내 가진 모든 걸 날려보내고/ 늦은 시간에야 돌아온다./ 나의 빈 시체만을 어깨에다 둘러맨 채./ 마을에 이르렀을 때/ 밤은 무릎까지 차오르고 있었고,/ 검은 개들은 짖고 있었다./ 나를 향하여, 혹은 내 시체를 향하여.'('내 서랍 속의 언덕 위에서' 중) 등 자폐적 중얼거림 같은 시편에서 환상과 페이소스를 함께 엿볼 수 있다.
시인이자 라씬느 출판사 편집인 알렝 브레통은 하씨의 시집에 대해 "이것은 작가가 우리를 현실의 세계에서 환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기이한 논리의 세계" 라면서 "그가 정착한 세계는 진짜이면서도 가짜인 단순성과, 부드럽고 사랑스럽고 때로 잔혹한 유머가 혼합돼 있다"고 밝혔다.
하씨는 1993년 미국에서 영어로 쓴 시집 '시계들의 푸른 명상'(Blue Meditation of the Clocks)'를 낸 바 있으며 이 시집 번역판을 국내에서 내기도 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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