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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 지시가 안 먹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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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 지시가 안 먹혔다니

입력
2003.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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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뭔지 모르겠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는 교육부와 전교조가 합의를 했다는데 해석이 서로 다르고,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여전히 말을 바꾸고 있다. 더 모를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의 지시가 안 먹혔다"고 말한 대목이다.노 대통령은 27일 오후 한겨레와의 회견(29일자 보도)에서 전교조를 사법처리하는 것보다 화해하는 게 낫다면서 너무 양보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사관계 유공자들과의 28일 오찬에서는 "성질을 보여 주려 했는데 (문재인 민정수석 등이) 합의를 하고 왔다"며 "내 지시가 안 먹혔다"고, 듣는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을 했다. 그 말대로라면 노 대통령은 이런 식의 처리를 생각하지 않았던 셈이다. 생각이 바뀌었다면 납득할 수 있게 설명을 해 주어야 할 텐데 노 대통령은 무슨 농담이나 지나가는 말처럼 해버렸다.

협상에 개입한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분신과 다름없다. 개입과정부터 재가를 받는 게 상식이며 진행상황도 보고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전혀 몰랐던 것처럼 말을 하니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위에 있는 존재인가. 교육부의 수습안을 청와대가 뒤집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가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도 동의할 만한 이유와 명분이 있어야 했다. NEIS문제는 사람보다 시스템을 중시하겠다던 정부의 실제 의사결정 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 주었다. 지시가 안 먹혔는데도 오히려 두둔하고 격려하는 것은 노 대통령이 지향하는 민주적 리더십과도 거리가 멀다.

최고 의사결정 과정이 이런 식이고 대통령과 부총리가 경쟁하듯 말을 바꾼다면, 어떻게 정부를 믿을 수 있을까. 앞으로 터져 나올 갈등이 수도 없이 많은데, 각각의 대처과정에서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 보이니 정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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