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응모한 편수는 다른 해의 3배에 가까운 142편에 달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고 싶은 사람들이 그처럼 많다는 뜻일 것이다. 타자와 소통하고픈 욕구를 글쓰기로 표출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텐데도 응모자들의 수준은 전문가 못지않게 높았다.일차 예심을 거쳐 넘어온 글들을 각자 나눠 읽고 그 중에서 각 4-5편씩을 골라와 돌려가며 다시 읽었다. 최종으로 남은 글들은 수상작외에도 아버지를 여위고 남은 가족의 심정을 섬세하게 그린 '남아있는 것들', 브라질에서 선교사로 생활하며 세 아이를 입양하여 양육하는 이야기를 담은 '고슴도치 가족', 모녀간의 갈등을 실감나게 구체적으로 묘사해 훌륭한 글 솜씨를 발휘한 '어긋난 시야', 장애를 가진 딸을 기르는 엄마가 쓴 '소리없는 세상 속을 살아가는 나의 딸 소희를 위한 글'이 있었다.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당선의 여부가 갈릴만큼 다들 잘쓴 글이었다. 우리는 매끄럽게 잘된 글보다도 내용이 구체적이고 풍부한 쪽으로 기준을 두었다.
우수작으로는 박광희의 '둥지를 떠났던 새들' 이차영의 '가시밭길이여 안녕' 최우수작으로는 '인생역경의 긴 터널'이 정해졌다. '둥지∼'는 살림이 기운 조카 둘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데려와 함께 사는 얘기인데 큰어머니가 공부보다도 오로지 엄마와 함께 살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통해서 인생을 새로 보는 글솜씨가 아주 맛깔났다. '가시밭길∼'은 성실성으로 수많은 역경과 대적하며 살아온 한 여성의 가정과 인생에 대한 긍정적 시선,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태도가 귀하게 여겨졌다.
최우수작인 '인생역경∼'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던 남편이 얼토당토않게 살인자로 몰리면서 겪게 되는 소시민의 명예회복에 관한 얘기다. 힘없는 소시민 앞에 놓인 공권력의 힘을 새삼스럽게 따져보게 했으며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이 어찌 이글을 쓴 분 뿐이겠는가. 그런 고통스런 상황 속에서 주눅들지 않고 꿋꿋이 자기 권리와 삶을 찾아가는 모습이 타자에게 힘이 되겠다 싶었다. 나쁜 상황 속에서 오히려 남편과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모습에 읽는 사람이 위로를 받았다. 이 상이 명예회복 하는데 도움되길 바라는 마음도 최우수작으로 선정하는데 한몫 거들었다. 세 분 모두 축하드린다.
/심시위원 오정희 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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