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의 채권단이 청산절차나 다름없는 법정관리 신청 의사를 밝히면서 증시에도 파장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SK글로벌 사태가 최악의 파국(청산)으로 치달을 경우 단기적으로 SK(주)와 은행주에는 부정적, SK텔레콤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증시에서 관련주들의 주가는 일제히 요동쳤다.파장을 일으킨 당사자인 SK글로벌은 7.04% 떨어졌으며 국민, 외환, 부산, 전북, 제주은행 등 여신을 제공한 은행주들은 1∼2% 하락했다. 반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SK(주)와 SK텔레콤은 약 3%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SK글로벌의 청산절차가 진행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종목으로 SK(주)를 꼽고 있다. 2조원에 가까운 매출채권 손실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은 손실을 입게 되지만 장기적으로 지원 부담이 해소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골드만삭스와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증권은 SK글로벌의 법정관리 때 SK(주)가 단기적으로 유동성 부족을 겪을 가능성이 있으나 장기적으로 잠재 피해규모를 줄일 수 있어 긍정적이라며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하회'에서 '중립'으로 한 단계 올리고 목표가도 각각 1만8,000원과 1만7,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문제는 SK(주)가 보유한 SK텔레콤 지분. 전문가들은 SK(주)가 은행권에서 여신을 제한할 경우 2조원 가량의 매출채권 손실을 줄이기 위해 3조원대에 이르는 SK텔레콤 주식 1,766만3,127주(20.82%)를 매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원증권 양종인 수석연구원은 "SK(주)가 자금조달을 위해 SK텔레콤 주식 일부를 매각할 경우 관련 매물을 떠안을 주체가 쉽게 나서지 않아 잠재매물 부담이라는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증권 최영석 수석연구원은 "SK텔레콤의 수익성을 감안하면 SK(주)에서 SK텔레콤 지분을 쉽게 매각할 가능성은 적은 편"이라며 "오히려 SK텔레콤 지분을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거나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주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SK글로벌이 청산절차를 밟게 되면 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당장 1조2,500억원 가량의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현대증권 서용원 연구원은 "SK글로벌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SK텔레콤에 대한 그룹 지배력이 약화돼 기업투명성이 개선되고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 축소로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SK글로벌이 보유한 SK텔레콤 지분의 자사주 매입, SK글로벌 보유 통신망 매입, 휴대폰 판매를 위한 유통망 인수 등이 SK텔레콤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증권 김경모 연구원도 "SK텔레콤이 그룹리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질 가능성은 높지만 자사주 매입, 단말기 사업 관련 매입채무 승계와 전용회선망 매입 등으로 1조1,000억원 규모의 비용 부담요인이 생긴다"며 "장기적으로 긍정적이지만 당장 SK글로벌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만큼 트레이딩 개념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최연진기자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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