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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고구려 벽화고분 보존상태 심각" 세계문화유산 등록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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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고구려 벽화고분 보존상태 심각" 세계문화유산 등록 불투명

입력
2003.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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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것으로 알려졌던 북한의 고구려 벽화 고분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등재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화재청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등에 따르면 유네스코 산하 세계문화유산위원회의 의뢰로 중국인 전문가가 최근 작성한 심사 보고서는 고구려 벽화의 보존 상태 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보고서는 6월30일∼7월5일 파리에서 열리는 제 27차 세계유산위원회 정기총회에 제출될 예정이며, 21개 이사국이 참여하는 이 총회가 관례적으로 보고서의 견해를 따라 왔다는 점에서 사실 여부를 떠나 고구려 벽화 고분의 세계문화유산 등록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고 할 수 있다.

유네스코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소속 중국인 학자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보고서는 "북한 고구려 고분군의 상태와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보류(defer)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결론지었다. 구체적으로는 고분이 침수돼 벽화가 심하게 손상됐고, 조명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으며, 모니터링 방법과 관리자 훈련이 미숙해 전반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등의 내용이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관계자는 28일 "최근 벽화 보존·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받았다"면서 "북한측이 이를 보완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는 등재가 불가능하며 1년 이상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화재청도 이날 "25일 이 보고서를 확인한 후 손상 부분 등에 관한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국제교류팀의 김금련 사무관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의 보고서가 나와 놀랐다"면서 "훼손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등록을 지원해 온 정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고구려 벽화 고분은 히라야마 이쿠오(平山旭夫·73) 일본 유네스코 친선대사 등 일본 인사들이 중심이 돼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해왔다. 유네스코 조사단은 2001년 등록 후보인 평양지역의 진파리고분군(1∼9호) 솔매동고분군(11∼15호), 강서 고분군, 쌍영총 등 고분 35기를 현장 방문, 영문 보고서를 통해 벽화가 '완벽하다(full and complete)'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당시 이 고분군들은 동아시아인들의 생사관의 변화를 보여주고, 서기 3∼7세기 인류역사의 중요한 단계를 설명하는 건축적 앙상블의 탁월한 예를 보여주는 것으로 지정 초안에 올랐다.

최종 결정을 한달 정도 앞두고 전혀 다른 내용의 전문가 보고서가 나온 데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중국측의 지속적 방해공작을 중요한 요인으로 들고 있다. 인접국 전문가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유네스코의 기본 방침에 따라 문화유산 등재 조사를 위한 감독관에 중국학자가 임명될 때부터 국내 학자들 사이에는 고구려 벽화 고분이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무성했다.

임효재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북한 고구려 벽화 고분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이 추진되면서 중국 학자들이 세계 고고학회가 열릴 때마다 강하게 반대했다"며 "겉으로는 보존·관리 문제를 들지만 실제로는 다른 배경이 있다"고 말했다. 즉, 중국 역사의 일부로 여기고 있는 고구려 유적이 한민족의 역사 유적으로 지정되는 것을 꺼리는 데다 지안(集安) 장군총 등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일단 북한의 관련 유적이 먼저 지정되면 같은 '고구려 고분'으로 지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이번 보고서로 세계유산등록이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 반대하는 한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며 "앞으로 문화재에 대한 보수·관리 지원책은 물론 국제 사회에서 다각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북한이 이 고분벽화의 세계문화유산등록을 추진하던 2000년부터 문화재 보수·관리 명목으로 연 10만 달러(약 1억 2,000만원)을 유네스코 본부를 통해 지원해 왔으며 2006년까지 이를 계속할 예정이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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