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각) 폐막한 56회 칸 영화제 본선에 우리 영화는 영화는 한 편도 오르지 못했다. 임권택 이창동 이성강 감독의 국제 영화제 수상이 잇달았던 지난해에 비하면 일견 초라해 보인다. 그러나 각국 영화제를 다녀보면 우리영화에 대한 국제사회에서의 평가는 나날이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우리 영화는 해마다 급격하게 늘고 있고 장르도 매우 다양하다.4월 24일에 열렸던 이태리 우디네 영화제에는 '한국의 코미디 영화'라는 주제로 11편의 최근 영화와 '한국영화의 황금기'라는 이름으로 1960년대에 제작된 7편의 영화 등 모두 18편의 우리영화가 상영되었다.
제56회 칸 영화제에서도 우리 영화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뜨거웠다. '사연(死緣)'(박종우), '원더풀 데이'(김현필), '굿나잇'(전선영) 등 세 편의 단편영화만이 초청된 아쉬움이 있었지만 신상옥 감독의 '상록수'와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특별 초청돼 한국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 주었다.
금년에도 많은 우리영화가 해외에 소개될 예정이다. 체코의 카르로비 바리영화제에는 '해안선'(김기덕)이, 러시아 모스크바영화제에는 '지구를 지켜라'(장준환)가, 스페인의 산 세바스찬영화제에는 '살인의 추억'(봉준호)이 경쟁부문에 진출한다. 스위스 로카르노영화제는 '미소'(박경희)에, 베니스영화제는 '바람난 가족'(임상수)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내년 2월 뉴욕의 현대미술관, 2005년 베를린영화제는 각각 임권택 감독 회고전을 준비하고 있고 프랑스 국립영상자료원도 한국 영화 특별전을 준비중이다.
둘째로 최근 해외시장에서의 한국영화진출은 눈부시다. 세계 3대 견본시 중의 하나인 칸영화제 마켓. 7년 전만 해도 이들 3대 영화시장에서 한국영화의 배급회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올해 칸 영화제 마켓에는 영화진흥위원회와는 별도로 여덟 개의 배급사가 점포를 내고 판매경쟁에 뛰어 들었다. 칸에서 이들 회사가 거둔 판매실적은 1,000만 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목할 점은 우리측이 제시하는 가격에 대부분 팔렸다는 점이다. 불과 5∼6년 전 만해도 연간 15편 안팎의 영화를 한 편에 평균 1만 5,000 달러에 수출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셋째,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기대와 관심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 2001년 12월 베를린에서 개최된 '세계영화제 정상회의'에 부산영화제도 초청을 받은데 이어 이번 칸에서도 영화잡지 '버라이어티'가 주최한 패널토의에 부산을 포함 베니스, 베를린, 선댄스, 토론토 등 9명의 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참가했다. 부산에 오고 싶어하는 유명감독이나 평론가들의 수도 해마다 늘고 있지만 다 수용을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에 14차례, 금년에 이미 7차례 해외 영화제에 참가하면서 그 때마다 우리영화에 대한 국제사회에서의 깊은 관심과 뜨거운 열기를 체감한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김 동 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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