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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 / 최상의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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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 / 최상의 가짜

입력
2003.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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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명품 시계의 대명사 클로투스 10―J. 이 시계에는 원래 가짜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최상급 가짜는 진짜와 마찬가지로 완벽한 금장이며 큐빅 다이어몬드가 박힌 숫자판, 사파이어 글래스를 자랑한다. 무브먼트도 진짜와 마찬가지로 정확하다. 무게는 그램 기준으로 한 자리수 단위까지 맞춘 것이다. 예컨대 정품 시계의 무게가 166그램이면 가짜의 무게는 157그램에서 175그램 사이인 것이다. 한 마디로 진짜를 만들고 있는 회사의 직원도 가짜임을 알아낼 수 없을 정도다. 가짜라는 걸 구별해낼 수 있는 경우는 같은 특정한 일련번호의 가짜가 많다든가, 특정한 일련번호의 시계를 가진 소유자에게 확인을 해볼 수 있을 때뿐이다.내가 아는 사람은 결혼하기 전 처갓집에 갈 때 가짜 클로투스를 차고 간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 그는 또 뇌물을 줄 때도 이 시계를 쓴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올 봄에 그의 클로투스 시계줄이 끊어졌을 때, 줄 값만 220만 원이 들었다. 시계줄 역시 대를 물려 써도 되는 것을 갈았기 때문에 반으로 할인을 해주어서 그렇다고 했다. 최상급 가짜 클로투스의 가격은 얼마라더라. 850만원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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