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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서해교전, 판단조작 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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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서해교전, 판단조작 했다니

입력
2003.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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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아군의 큰 피해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던 남북 해군 간 서해교전의 전투실상과 판단분석이 진실을 은폐하며 조작된 것이었다는 보도(28일자 본보)는 충격적이다. 당시 정부는 교전이 북한의 치밀한 의도와 계획 아래 감행된 도발이라고 밝혔으나, 사실은 우리측의 미숙한 군사적 대응이 빚은 우발적 충돌이었고, 관련 정보당국과 한미연합사 관계자들이 내린 이 같은 정보분석 결론을 청와대와 군 수뇌부가 억지로 뒤집었다는 것이다.특히 은폐조작의 목적에 작전지휘의 문책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책임소재를 흐리게 하려는 악의가 있었다니 놀랍다. 당시 우리측 함정은 북한 함정에 공격적으로 돌진해 양측 함정 간 거리는 731m라는 공식발표와 달리 18m까지 근접상태였다고 한다. 이로 인해 북한측은 방어적으로 선제공격을 했고, 교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초기 현장상황 파악과 작전대응의 잘못으로 아군의 인명피해와 패전을 자초했다는 얘기가 된다. 군의 작전 무능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 것이 두려워 진상을 조작해 국민을 속인 것인데, 이후 관련문서까지 파기했다니 사실이라면 이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햇볕정책에 대한 핵심 비판 중 하나는 군의 전투기강과 도발 대응 태세를 정치적 심리적으로 오도하고 전력약화를 초래했다는 것이었다. 패전으로 인해 햇볕정책에 대한 이 같은 비판이 거세질 것을 우려한 것이 결론조작의 한 배경이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군 내부에서는 이미 이런 실상의 심각성을 자인하고 있었던 셈이다.

지난해 서해교전이 우발적인 것이냐, 사전 계획된 것이냐에 대한 논란은 대북정책을 둘러싼 이념대결의 성격을 띤 채 당시에도 치열했다. 그러나 여기에 지휘부의 구명을 위한 음모적 조작이 있었다면 이와는 다른 차원으로 진상규명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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