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대교 북단 부근 깎아지른 절벽 밑에서는 요즘 새 길을 내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길이 평범하지 않다. 마치 대지 위 허공에 터널을 뚫은 것처럼 길다란 박스형 구조물이 쭉 뻗어있고 구조물 안과 위로 차가 다닐 수 있게 아스팔트가 깔려있다.서울시는 "박스 안으로는 용산에서 옥수 방향으로, 박스 위로는 반대 방향으로 차량이 다닐 수 있는 2층 연속교량"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도로 형태는 두무개길이 서울에서 처음이다.
옛 강변로 확장한 2층 도로
서울시가 5년 여 공사 끝에 다음달말 완공하는 이 길의 이름은 두무개길. 길이 3.6㎞의 왕복 4차로 도로다. 이 길에 맞춰 뚝섬을 연결하는 중랑천변 용비교도 완공된다. 서빙고로와 용비교를 잇는 두무개길은 왕복 2∼4차로였던 옛 강변로를 전구간 4차로로 확장한 도로다. 이름은 지하철 3호선 옥수역 부근 두무포라는 옛 포구에서 따왔다.
두무개길 전체 구간 가운데 한남대교와 동호대교 사이 1㎞ 구간은 국철(용산―한양대) 선로와 절벽 때문에 왕복 4차로 확장이 불가능한 곳. 이 같은 지형적 어려움 때문에 이 구간에 박스형 2층 도로를 건설키로 했다.
인근 유엔빌리지 사면은 1998년 홍수 때 일부가 붕괴된 위험 지역으로 이번에 도로를 확장하면서 수해방지보수공사를 함께 했다. 박스형 2층 도로 건설이 절개지면 축석을 보강하는 효과를 함께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스형 도로의 한강쪽 면은 연속 아치형의 구멍을 뚫어 환풍기능을 향상시키고 미관을 살렸다. 밤이면 아치창을 통해 노란 조명 불빛이 뿜어져 나와 낭만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벌써부터 한강의 새로운 명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시 건설안전본부 이익주 건설부장은 "조명전문가를 초빙해 야경을 보완하고 아치 옆면에 개나리, 담쟁이를 심어 꽃과 녹음이 어우러진 수려하고 특색있는 길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스형 도로 전체 1㎞ 구간 중 연결 부위는 7곳에 불과하다. 일반 교량이나 고가보다 덜컹거림이 적으니 승차감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진출입 경사로에는 소음 저감 포장재인 '에코팔트'를 깔았다. 이 역시 서울 도로에 처음으로 사용한 것이다. 일반 아스팔트보다 입자가 큰 재료를 사용해 미끄럼방지 효과가 있고 빗물도 빠른 시간에 배수시킨다.
청계고가 대체 도로
두무개길은 7월 청계천복원공사가 시작되면 청계고가가 담당했던 교통량의 상당 부분을 떠안게 된다.
지금까지 강변북로→내부순환로→청계고가→도심으로 진행했던 차량들은 강변북로로 들어가다가 성수대교 직전에서 임시도로를 타고 용비교를 지나 두무개길로 접어들면 금호, 옥수, 한남, 이태원 등을 통해 도심으로 진입할 수 있다.
천호대로→청계고가→도심차량들은 천호대로 군자교를 넘자마자 P턴, 중랑천 뚝방길을 타면 용비교까지 교통신호에 걸리지 않고 두무개길로 진입한 뒤 도심으로 갈 수 있다.
두무개길의 또 다른 장점은 한강 건너기가 편하다는 사실. 강변북로 자유로 방향에서는 한강 건너기가 어려워 하는 수 없이 한강대교까지 달려가야 했다. 그러나 두무개길을 이용하면 동호대교, 한남대교, 반포대교 등을 타고 강을 건널 수 있다. 현재 두무개길 옥수―금호구간 일부가 개방돼 있어 금호동, 옥수동 주민들은 지금이라도 샛길을 이용할 수 있다.
/ 글·사진=이성원기자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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