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최 1년이 다가오는 지금, 서울에 살고 있으면서 가장 진하게 느끼는 것은 한국사회는 변화가 격렬하다는 점이다. 1년전 서울의 길거리에는 수백만명의 젊은이 등이 나와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곳에서 한국인의 자랑스러움을 공유한다는 감미로운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다.그러나 지금 한국사회는 대립과 상호 불신이 지배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 노조 파업을 둘러싼 반목, 광주항쟁 추모행사장에서의 학생시위 등 1년전의 일체감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나는 1년전 월드컵에 관한 칼럼에서 '남북, 지역대립 등 반목과 대립의 역사를 걸어왔던 한국인들이 월드컵을 계기로 일치된 하나의 국가를 만드는 꿈을 실현하게 될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됐다'고 썼다. 동시에 '흥분의 가두행진을 뒤로 한 채 남북분단, 정당, 지역대립은 어느 한가지 바뀌지 않았다. 월드컵 후 대선에 돌입하는 한국이 현실적으로 분단, 대립을 넘어설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했다. 한국은 쾌승으로 일체감을 얻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스포츠 제전에 동반한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사회가 진실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열쇠는 역시 정치의 책무라는 얘기도 했다.
지난 대선은 아는 바대로 월드컵의 인기를 배경으로 뛰어든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선언과 철회라는 곡절 속에 젊은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은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다. 젊은층의 에너지가 스포츠 세계를 넘어 정치세계까지 바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라고 칼럼에서 한 나의 말은 일정부분 틀린 것 같다.
월드컵 이후 반미데모, 대선 등으로 점철된 1년을 돌아보면 젊은층 의식의 저류에는 '새로운 한국'을 요구하는 거대한 에너지가 소용돌이 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에너지는 확실히 보이지는 않지만 월드컵, 대선 등 또 결정적인 계기가 있으면 응축, 부상해 사회 진로에 큰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한국 젊은이들은 내년 총선 등에서도 새로운 한국을 요구하는 에너지를 분출할 것이다. 다만 그 에너지가 중노년층의 안정지향성과 충돌하기 때문에 계층간 대립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10년간 경제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젊은층이 '새로운 일본'을 요구하는 에너지를 분출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일본인의 한사람으로 한국 젊은이들의 격렬한 에너지에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것이 진솔한 심정이다.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활용하는 것이 한국의 미래에 또 다른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가와타 다쿠지(河田卓司) 일본 요미우리신문 서울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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