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이혼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섣부른 위로나 조언은 자칫 마음을 더 다치게 할 수도 있다. 이럴 때 그런 아이들 책가방에 슬그머니 넣어주고 싶은 책이 있다. 부모의 이혼을 겪는 아이들에 대한 책들이다.'아빠는 지금 하인리히 거리에 산다'(네레 마어 글·아이세움 발행·초등 저학년)는 부모가 이혼하고 따로 사는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아이의 모습을 그린 책이다. 베른트는 곰인형 '도도'와 '보보'에게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다. 두 인형에게 싸움을 시키고, 창문 밖으로 던지고, 자기 대신 열이 펄펄 나서 드러눕게도 한다. 아빠는 따로 집을 얻어 나가고, 베른트는 곰 인형 중 하나를 아빠 집에 가져다 놓는다. 이제 엄마 집, 아빠 집이 모두 베른트의 집이 된 것이다. 그림책이지만 초등학생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할 말이 많아요'(존 마스든 글·섬 발행·중학생)는 실어증에 걸린 마리나의 이야기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마리나는 부모가 갑작스레 이혼한데다가, 아버지가 엄마에게 던진 화학 약품에 잘못 맞아 얼굴에 화상을 입은 뒤 실어증에 걸린다. 결국 아버지는 감옥에 가고 다른 남자와 재혼한 엄마는 마리나를 기숙학교에 보내버린다. 마리나는 그 곳에서 같은 방을 쓰는 친구들과 주위 사람들을 조용히 관찰하고, 말을 못하는 대신 일기를 쓴다.
'편지 쓰는 아이'(비벌리 클리어리 글·산하 발행·초등 3,4학년) 역시 이혼 후 엄마와 같이 사는 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에게 편지를 쓰면서 감정을 정리하고 성장해 가는 이야기이다. 이 아이들은 모두 바뀐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쓰고, 따로 사는 부모를 그리며 외로워한다. 그 대신 그 아이들에게는 가족 이외에 친구나 선생님 같이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혼하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편부모의 어려움 또한 말해 무엇하랴. '엄마의 일기'(허순봉 글·예림당 발행·초등 3,4학년)에는 혼자서 꾸려가야 하는 가계, 제대로 돌보아주지 못하는 아들에게 미안함을 엉뚱하게 화내는 것으로 표현하는 서투른 엄마의 마음이 재치있는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다.
재혼을 하면 관계는 더 복잡해진다. '타인의 아이들'(조안나 트롤로프 글·문학동네 발행·고교생 이상)은 재혼한 부부, 그 중에서도 새 엄마가 아이들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가는 어려움을 그린 소설이다.
두 집 건너 한 집이 이혼 가정이라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이혼이나 재혼을 특별한 상황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진다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대구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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