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케잌은 단순한 음식이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저녁 무렵 굴뚝마다 피어오르는 저녁밥 짓는 연기처럼 미국 문화 속에서는 강력한 환기력을 지닌 음식이다. 따뜻한 가정, 화목한 가족의 대화. 식탁에 오른 핫케잌은 주인공 앤트원 피셔(데릭 루크)가 꿈꾸는 모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부모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고 상관 폭행죄로 정신과에 다녀야 하는 해군 하사 앤트원 피셔는 꿈과 현실의 엄청난 괴리 속에서 속절 없이 방황한다.가장 지적인 배우로 꼽히는 덴젤 워싱턴의 감독 데뷔작 '앤트원 피셔'는 나락에 떨어진 한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 두 발로 대지 위에 굳건히 서게 되었는가를 다룬 휴먼 드라마다. 흑인들이 전면으로 나선 영화라서, 뻔한 감동의 드라마라서, 아무리 명배우라고 하더라도 풋내기 감독이라서…. 이 영화를 보지 않을 이유는 많다. 그러나 근래 보기 드문 탄탄한 드라마, 잔꾀를 부리지 않는 튼실한 리얼리티, 인간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앤트원은 감옥에서 태어난 뒤 개척교회 목사의 양아들로 자랐다. 온갖 학대와 구박이 그의 몫이었다. 미친 듯이 찬양을 해야 간식을 먹을 수 있었고 수양 어머니는 포승줄로 묶어 두고 때리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흔해 빠진 밑바닥 인생담일지도 모른다. 신예 감독 덴젤 워싱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앤트원의 삶을, 현실과 과거로 팽팽하게 맞세우며 이야기를 짰다. 자신의 인생이 지긋지긋해진 앤트원 하사와 자신의 임무를 다 하려는 군의관 제롬 데이븐포트(덴젤 워싱턴) 사이의 긴장이 여기에 흥미를 더 한다. 말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과 말을 들어야 하는 사람의 줄다리기 묘사는 훌륭하다. 덴젤 워싱턴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작 '트레이닝 데이'의 냉혈한에서 벗어나 자신의 상처로 고통받으면서도 타인에 대해 관심을 잃지 않는 군의관 역을 훌륭히 소화했다.
줄거리가 뻔하다고 볼 수도 있다. 피셔는 자신의 구부러진 삶을 온전하게 펴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감독은 상투적 해피엔드나 영웅 만들기로 나아가지 않고 조심스럽게 피셔의 작은 성공을 그리고 있다. 덴젤 워싱턴 감독은 번득이는 재기나 천재적 재능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인간에 관한 뛰어난 탐구자임을 증명했다. 'Antwone Fisher'. 30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