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 등 일부 소비 선행지표의 호전으로 한·미 증시가 28일 일제히 탄력적인 상승세를 보였으나, 실제 소비는 심리 개선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론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주식에 대한 투자 역시 호재에 목말랐던 시장의 성급한 '과민 반응'에 휩쓸리기 보다는 실질지표의 움직임을 감안해 보다 냉정하게 경기저점을 파악한 뒤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한미 소비회복 기대감 고조
이날 뉴욕과 서울 증시의 상승세는 지난해 11월 이래 5개월만에 최고치로 상승한 미국 소비자신뢰지수(83.8)와 주택판매 증가(기존주택 판매5.6%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소비자신뢰지수가 2개월 연속 상승하기는 2002년 1월 이후 1년 4개월만에 처음이어서 나스닥과 다우지수는 각각 3.09%, 2.09% 급등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국내 증시 역시 장초반 종합주가지수가 15포인트 이상 급등하는 등 미국발 소비회복 기대감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최근 발표된 4월 국내 소비자기대지수 역시 전달보다 4.5포인트 오른 94.5를 기록한데다, 내수·소비주 투자 추천이 잇따르는 등 증시 전반에 확산된 경기부양 기대감 등에 따른 것이다.
수출회복 경로를 통해 국내 경기회복의 견인차로도 작용할 미국의 소비회복 기대감은 사실 최근 들어 시장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컨퍼런스보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린 프랑코는 "이라크전이 끝나고 나서 낙관적인 분위기로 인해 소비지출이 다시 긍정적으로 선회했다"고 말했다. 웰스파고은행 손성원 부행장도 "이라크전쟁 종전, 유가 약세, 증시 회복세 및 저금리가 소비자신뢰를 상승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소비확대는 더 두고 봐야
그러나 이 같은 '포괄적인 낙관론' 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구체적인 신중론'이 오히려 힘을 얻어가는 모습이다. 손 부행장은 "소비심리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고용 경색은 여전히 미국 경제가 직면한 최대의 난제"라며 본격적 소비회복의 전제조건으로 고용회복 신호가 확인돼야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내 소비 전망과 관련해 LG투자증권의 박진 연구원 역시 '신중론'을 강조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돈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도 막상 주머니에 먼지밖에 없다면 못쓰는 것 아니냐"며 "가계부채 440조원에 대한 연간 이자만 해도 줄잡아 30조원인 현실을 감안할 때 실질 소비회복은 3분기 이후, 그것도 완만한 회복세를 타는데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양종금증권 이희진 연구원 역시 "4월 경상수지의 잇단 적자, 가계 실질소득증가율의 하락, 계절조정 실업률의 증가세 등이 소비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월초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의 일시 반등세는 '휴일효과'에 불과하므로 월말 실질지표가 집계되면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등 대표적 소비회복 수혜주 역시 또 한차례 하락 압력에 시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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