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라'를 떠올리게 하는 종교색 짙은 로드 무비로 수도사의 내면 성장을 다룬 영화.교황청으로부터 파문 당한 칸토리안 교단 소속 독일의 작은 수도원. 밥을 먹을 때 새가 날 정도로 풍광이 아름다운 이곳에 수도사는 다 합쳐야 네 명. 원장 신부가 세상을 떠나고, 후원자들의 손길이 끊겨 염소 젖과 죽으로 연명해야 하는 처지가 되자 이들은 먹고 살 길을 찾아 같은 교파 소속의 이탈리아 수도원으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
영화는 특히 젊은 수도사 아르보(다니엘 브뤼엘)에 초점을 맞춰 평생 수도원 밖을 벗어나지 못했던 그가 어떻게 성(聖)에서 속(俗)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는지, 어떻게 그가 성숙해가는지를 담았다.
세 수도사는 교통 사고로 인연을 맺은 기자 키아라(키아라 스코라스)와 함께 이탈리아로 떠나게 되고, 수도사 이전에 피 끓는 청춘인 아르보는 그의 정처 없는 열정을 키아라에게 기울인다.
섹스라는 사다리를 거쳐 성인의 문턱에 들어서는 청년의 첫사랑을 풋풋하게 그려냈다. 시골역 풍경이나 삼륜차를 타고 국도를 지나는 장면 등 마음을 청량하게 하는 그림들이 시처럼 다가온다. 키아라가 아르보를 목욕시켜주는 장면은 성스러운 세계에서 세속의 세계로 들어가는 사랑의 세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감독 촐탄 슈피란델리. 2002년 바바리안 필름 어워드 신인 감독상 신인 남우상 등 4개 부문 수상작. 'Vaya Con Dios'. 30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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