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삶은 오빠가 분신했던 30여년 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삶 속에 파고들어 노동자들의 역사를 다시 쓰겠습니다."1970년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 전순옥(49)씨가 내달 3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참여성노동복지터'를 열고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오빠와 마찬가지로 미싱공 등으로 일하던 전씨는 89년 영국으로 건너가 여성노동운동사로 박사학위를 받고 2001년 귀국했다. 전씨는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던 고(故) 조영래씨의 '전태일 평전' 을 직접 영역해 최근 'A Single Spark'라는 제목으로 내기도 했다.
전씨는 영국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한국 노동자들의 삶의 진상이 각종 공식자료에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노동복지터를 열기로 결심했다. 이를 위해 전씨는 최근 성공회대 초빙교수직을 그만두었다. 전씨와 그의 옛 동료들은 최근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일대 봉제·의류공장 500여곳을 찾아 다니면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태일 열사 분신 당시의 악조건이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씨는 우선 여성 노동자를 위한 자녀문제 상담소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부방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이주노동자 교육을 위한 기술센터도 건립하고 모범 의류봉제 작업장을 조성, 창신동과 청계천 주변의 영세공장을 노동자가 존중받는 일터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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